[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5bp 공포에 다우 1000포인트↓…빅테크 실적, 시장 구원할까

연일 금리가 솟구치며 금융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점점 더 강해지는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의지에 뉴욕 증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아침 미 국채 2년물은 연 2.776%까지 치솟았고, 5년물은 3%를 넘었습니다. 10년물은 3% 문턱인 2.97%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 주 2년물 금리는 25bp, 10년물은 7bp 올라 2/10년물 스프레드는 18bp 줄었습니다.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크게 오른 건 Fed가 긴축을 서두르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 경제 전망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어제 "50bp가 5월 회의 테이블에 있을 것이다. 한번 혹은 그 이상 올릴 수 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빅 스텝'을 밟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주 "75bp 인상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과거 75bp를 올린 적이 있지만, 세계는 망하지 않았다"라고 거들고 나섰죠.
노무라는 Fed가 5월에 50bp 인상을 한 뒤 오는 6월, 7월 FOMC에서는 두 번 연속 75bp를 올리리라 예측했습니다. 노무라는 "FOMC 위원들은 이번 주 그런 조치의 문을 여는 것처럼 보였다. Fed는 신속하게 금리를 중립 수준까지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찰스 에번스(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나 메리 델리(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비둘기파조차 중립 수준인 2.25-2.50%까지 금리를 올리는 걸 지지하고 있다. 5월에 50bp, 6월과 7월에 75bp를 인상하면 이 수준에 빠르게 다가갈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은 75bp 인상을 가격에 책정하는 것을 꺼렸다. 강력한(75bp) 가격 책정은 FOMC가 그런 빠른 행동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 것이고, 위원들은 빠르게 컨센서스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5bp는 새로운 25bp"라고 밝혔습니다. 즉 그동안 25bp씩 올릴 것으로 봤지만, 이제 25bp가 아니라 75bp씩 올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얼마 전 '50bp는 새로운 25bp'라는 제목을 단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한 달도 안 되어 업그레이드한 것이죠.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극단적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Fed가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금리 충격이 이제 막 시작됐다"라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지난 3월 24일 Fed가 5월부터 네 번 연속으로 50bp씩 올릴 것이란 예측했던 씨티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유도한 시장 금리 급등으로 Fed 위원들마저 주택시장 둔화 등에 대한 영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여전히 주택시장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매파적인 통화정책(75bp 인상 혹은 더 연속적인 50bp 인상)이 궁극적으로 추진될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씨티가 5월부터 네 번 연속 50bp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을 때 월가에선 '지나치다'란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은 네 번 50bp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라며 "이런 변화 속도라면 앞으로 한 달 뒤 75bp 인상이 서너 번 반영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트 캐피털의 마이클 크래머 창립자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다가올 FOMC 회의에 대해 너무 안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태도는 바뀔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금리스왑시장에서는 9월까지 200bp 인상이 가격에 책정되었습니다. 5, 6, 7, 9월에 50bp씩 인상하는 걸 의미합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는 5월에 50bp 올릴 가능성을 97.6%, 6월에 75bp 인상할 확률을 80.9%로 봤습니다.
아침 9시 30분, 다우와 S&P500 지수는 0.5% 미만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전날 2% 넘게 급락했던 나스닥은 강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75bp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주가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모든 지수가 2.5%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2.82%, S&P500 지수는 2.77% 내렸고 나스닥은 2.55%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한때 1000포인트 이상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0월 28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 폭입니다. 유틸리티 부동산 에너지 정보기술 등 11개 업종 모두가 최소 1.5% 이상 하락했습니다. S&P500 종목의 90% 이상이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S&P500 지수는 또다시 고점에서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에서 18%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또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3% 급등한 28.07로 마감됐습니다. 한 달 만에 최고치입니다. 달러도 202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75bp는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수치인가 봅니다. 이날 오후 CNBC와 인터뷰한 '매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마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75bp 충격보다는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선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메스터 총재의 말에 오후 3시 10분께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주가지수는 하락 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불러드 총재의 말처럼 "75bp를 올린다고 세계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UBS는 "시장은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2.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우리가 예측한 2~2.5%보다 약간 높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더욱 공격적인 Fed가 경제와 금융 시장에 위험을 초래하지만, 금리 인상이 현재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견고한 노동 시장은 더 높은 금리를 흡수할 여지가 있으며, 기업은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UBS는 "우리의 기본 사례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S&P500 연말 목표를 4700으로 유지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랙록의 장 보뱅 투자연구소장은 "여전히 Fed가 (경기 둔화 탓에) 중립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블랙록은 경기 회복세가 미국보다 약한 유럽에서부터 올해 중 다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설 것이고, 미국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주가는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BCA리서치는 골디락스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골디락스가 온다"(Here Comes Goldilock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하락할 것이다. 전염병 역풍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성장이 다시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저효과에 팬데믹 관련 혼란이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낮아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BCA리서치는 "골디락스의 복귀는 Fed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매파적인 수사를 완화할 수 있게 만들 것이며, 이는 채권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주가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분기 어닝시즌도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98개(20%)가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79%가 월가 추정치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7%를 상회합니다. 또 65%는 매출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치와 같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긴축하면 경기가 둔화할 것이고,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 이익이 증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높고 공급망 혼란, 전쟁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분기 EPS가 월가 추정치를 상회하는 폭은 8.1%로 5년 평균인 8.9%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이날 애플(-2.78%) 마이크로소프트(-2.41%) 아마존(-2.66%) 알파벳(-4.26%) 메타(-2.11%) 등 빅테크 주식은 모두 2% 이상 급락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다음 주 실적을 발표합니다. MS와 알파벳은 26일(화), 메타는 27일(수), 애플과 아마존이 28일(목) 장 마감 직후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뉴욕 증시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의 실적 발표는 증시가 긴축의 물결에 대응해 버틸 수 있느냐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걸림돌은 많습니다. 월가는 넷플릭스의 망령을 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팬데믹 수혜가 걷히자 가입자가 이탈해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습니다. 잭스인베스트먼트는 "공정하게 말하면 넷플릭스는 아마존, 애플, 알파벳, MS 등과 공통점이 많지 않다. 넷플릭스는 알파벳이 검색에서,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에서 가진 선두주자의 이점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즐기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알파벳과 아마존은 광고 사업에선 팬데믹 종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았을 수 있지만, 둘 다 급성장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넷플릭스의 망령은 사업모델의 연관성이 높은 메타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셜미디어인 스냅은 1분기에 활성 사용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의 실적에선 중국의 경제 봉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상하이, 쿤산 등 봉쇄로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닛케이는 애플이 공급 업체에 2분기 아이폰SE 생산 물량을 200만~300만대 축소해 달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하이 봉쇄의 타격을 입은 테슬라가 가격 인상 등을 통해 놀랄만한 실적을 내놓은 것처럼 애플도 괜찮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는 이미 중국 영향을 고려해 실적 기대를 많이 낮춰놓았다"라면서 "애플은 자사주매입, 배당 확대 등으로 주가를 떠받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빅테크 주식은 두 가지 위험에 처해있다"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식 멀티플 압박과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 가능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빅테크에 대해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익은 S&P500 기업의 19%를 차지하지만, 시가총액은 25%에 달한다. 이익에 비해 시총이 너무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는 "MS($280), 알파벳($2500), 엔비디아($210)는 넷플릭스 같은 부정적 경악을 줄 가능성이 없지만, 기술적으로 주요 지지선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술 인력들의 임금이 크게 뛰었다. 이번 분기 실적에서 얼마나 인건비 상승의 영향이 드러날지가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주 빅테크뿐 아니라 S&P500 기업 중 175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퀄컴 등 반도체주,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에너지주, 레이시온과 노드럽그루먼 보잉 등 방산주, 포드, 코카콜라, 펩시, 3M, 캐터필러, GE, 비자, UPS, 페이팔, 머크, US스틸, 치폴레와 맥도널드 등이 포함됩니다.
경제 지표들도 발표됩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내구재 주문,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 등이 나옵니다. 가장 중요한 건 29일 금요일에 몰려 있습니다.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그리고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나옵니다. 또 유럽에서는 4월 소비자물가(CPI)가 공개됩니다. 에너지, 식품 가격 변화 등에서 미국의 물가를 짐작해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들 물가 수치에 따라 75bp 인상 예상이 더 강하게 부각될 수 있습니다. 5월 4일 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이 23일부터 시작됩니다. 다음 주에는 Fed 인사들의 발언을 들을 기회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