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⑤ 축협 직원서 축산경영인으로…부농 꿈꾸는 허철훈 씨(끝)

대학 자퇴 후 축산 준비, 생산비 절반 줄이는 '자가배합사료' 연구
"정부에서 젊은 축산인을 위한 특별 지원대책 만들어 주길"
"어릴 적부터 소를 키우며 축산을 경영하는 게 꿈이었어요. 일찍 꿈을 이루고 싶어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축협에 들어가 근무한 지 13년 만에 제 이름을 딴 농장을 마련했어요.

"
경남 거창군 남상면에서 '철훈축산'을 경영하는 허철훈(40) 씨는 23일 축산에 대한 자신의 애착과 부농의 꿈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소개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농협중앙회가 22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중인 '2022 귀농·귀촌 청년창업박람회'(www.yfarmexpo.co.kr)에서 '청년농업인대상'을 받았다. 고향 거창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김해 인제대학교 컴퓨터학과에 2001년 진학했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벤처기업 난립으로 사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2학년 2학기 때 자퇴한 그는 축산 경영을 준비하기 위해 2006년 9월 거창축협에 들어갔다.

거창축협 농협한우전문 장기교육과정을 신청해 전문교육을 우수하게 수료했고, 교육 기간 영농에 필요한 인공수정면허증 등 각종 자격증도 땄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귀농을 위한 기술을 습득했고, 영남대학교의 천마한우아카데미교육을 받는 등 축산 경영을 위한 준비를 했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친 뒤 2021년 3월 거창축협에 사직서를 냈고 입사 13년 만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축사를 넓혀 자신의 이름을 넣은 농장 간판을 걸고 축산 경영인의 발길을 내디뎠다.

그는 "거창축협에 근무할 때만 해도 농장을 하시는 분들이 쉽게 돈을 버는 줄 알았어요. 직접 해보니 너무 힘듭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라며 국내 축산업의 현실을 전했다.

이어 "축산 농가의 가장 큰 부담인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사료 원료에 관해 공부하고 자가배합을 통한 비교적 값싼 사료를 만들어 낼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그는 송아지 40마리, 가임 암소 100마리, 거세우 등 모두 260마리의 소를 사육하는데 한 달 사료비만 1천500여만 원이 들어간다.

경영을 시작한 후 지난 1년간 1억1천만 원 정도 수입을 올렸지만, 가족 3명이 24시간 쉬지 못하고 일한 것을 고려하면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축산 생산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료비인데 이를 절감하려면 자가배합사료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가배합사료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비싼 건초나 알곡 등을 소량 사용하면서 국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호밀, 볏짚, 버섯, 콩 등의 혼합 비율을 높여 단가를 낮춘 사료다.

기존 수입 사료와 소의 영양공급 등을 비교해 차이가 없으면 사료비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추정한다.

그는 소의 영양상태 등을 파악하려면 많은 시간이 들어 사료를 자가배합하는 일부 농가를 방문하고 사료 원료에 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한 뒤 5년 후 완전한 자가배합사료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협한우전문교육 장기교육에서 배운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을 통해 암소개량에 집중, 고품질 한우를 생산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오늘도 농장 사무실 내 설치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한우 260마리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사료 전문 서적을 넘기며 부농의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가고 있다. 그는 "정부에서 장비와 사료 보조 등 축산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단위가 너무 커 혜택을 보는 인원은 적다"며 "국내 축산업 발전을 위해 젊은 축산인을 우대하는 등 특별한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