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 '검수완박 합의' 사과글 두 번 올린 권성동
입력
수정
22일부터 이틀간 4차례나 해명“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는 점을 통감합니다.”(24일 오후 12시45분)
비판 커지자 24일엔 2시간 차로 '사과글'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같은날 오후 3시13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자신의 SNS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에 대한 해명성 사과글을 두 시간 차이로 연달아 올렸다.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이 여야 간 합의사항에 대해 당원들에 유감을 표하는 글을 하루에만 두 번이나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에 합의한 직후인 지난 22일부터 따지면 권 원내대표가 올린 비슷한 취지의 글은 네 건이나 된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5시경 자신의 SNS에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한 첫 번째 글을 남겼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여론에 힘입어 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며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신이 합의해 준 검수완박 중재안이 민주당 원안을 저지한 성과물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불리한 게 없는 싸움이었는데, 더 끌어도 되는 상황에서 얻는 것 없이 갑자기 타협안에 동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도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지휘부가 총사퇴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복심'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23일 “(중재안이)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같은 날 SNS에 재차 글을 올려 3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논의를 상기시키며 “원안에 맞서 강경 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과거 그랬듯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3석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힘이 없어 더 막지 못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권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24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이 통과되었다면, 부패와 경제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당장 3개월 후에 모두 사라졌을 것”이라며 “운용의 묘를 발휘한다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양보했다”고 설명했다.그로부터 불과 2시간여 뒤 권 원내대표는 “만약 민주당이 검수완박 원안을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헌법재판소만 바라보며 ‘위헌’이 날 것이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또다시 검수완박 합의안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안 없는 투쟁은 정치인 개인의 인기를 올려줄지 모르지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금의 심각한 우려를 해소하도록 저희 국민의힘이 제대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