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뉴타운' 방식…신축 빌라 피하고 실거주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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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주택·모아타운 투자 어떻게 할까‘모아주택·모아타운….’ 올해부터 부동산 투자자가 알아둬야 할 새로운 유형의 정비사업 모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지지부진한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내놨고, 올초에는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에 모아주택·모아타운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 시장은 최근 “상반기 중 모아타운이 전 자치구에서 동시에 시작되도록 최대한 서두를 생각”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도 모아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허가 요건 완화
4~5년 내 사업 마무리
노후도 57%넘으면 대상
모아주택 발표일 이후
신축은 분양자격 없어
14개 자치구 30곳 접수
신청 안한 지역도 심사
반포1동 빌라지역 '관심'
화곡·풍납동 등도 거론
재건축보다 빠른 속도 장점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면적에서 저층 주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1.8%다. 이 중 87%는 노후도 등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방치돼 왔다. 좁은 골목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어 주차난과 녹지 부족 등에 시달리지만 신축과 섞여 있어 재개발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이런 지역에서는 주민 동의를 얻어 대지면적 1500㎡ 이상을 확보하면 구청에 모아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모아주택 여러 곳을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모아타운이다. ‘소규모 뉴타운’으로도 불린다. 모아주택을 연결해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어린이집, 공공 도서관, 녹지공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모아주택별로 국비와 시비를 최대 375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통상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8~10년 걸린다면, 모아타운은 인허가 요건 완화로 4~5년 정도면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민간 재개발보다 요건이 덜 까다롭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개발은 노후도(해당 지역에서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의 비율)가 67%여야 하는데 모아주택은 57%만 넘기면 된다.
“후보지 내 신축 빌라는 피해야”
서울시는 모아타운 시범사업장으로 두 곳을 정했다. 강북구 번동에서 1240가구, 중랑구 면목동에서 1142가구의 모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6월까지 추가 선정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14개 자치구에서 30곳이 신청해 심사 중이다.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빌라 시세가 번동에서는 전용면적 54.1㎡가 4억5000만원, 면목동은 24.87㎡에 4억500만원 정도다. 면목동 S공인 관계자는 “모아타운 발표 후에는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아주택의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가 돼 있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할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올 들어 지은 신축 빌라는 피해야 한다. 모아주택 발표 당일을 권리산정일로 고시했기 때문이다. 권리산정일은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을 뜻한다. 이날 이후 지은 신축 빌라는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해당 구청으로부터 거래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 낡은 빌라에 직접 입주하면서 정비사업이 진행되기를 기다려야 한다.신축 빌라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신청 지역의 노후도가 57%보다 낮아지면 모아주택 선정이 불가능하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축 빌라는 3개월이면 손쉽게 건축이 가능해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짓는 업자가 적지 않다”며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생기면 노후도가 깨져 모아주택 선정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포, 화곡 등 후보지 선정 기대
정비업계에서 거론되는 추가 선정 후보지로는 경부고속도로 잠원나들목(IC)~반포IC 오른쪽에 있는 반포1동 빌라 지역이 꼽힌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을 끼고 있어 입지는 좋지만 저층 빌라가 밀집해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포1동은 이번 모아타운 후보지 공모에 신청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모에 응한 곳만 심사하는 게 아니라, 지난해 관리지역 대상지로 국토부와 서울시가 꼽은 지역도 심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반포 1동 주민 관계자는 “처음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을 원했지만 노후도 규제 때문에 모아타운으로 방향을 틀자는 여론이 있다”며 “입지 경쟁력이 충분해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밖에 강서구 화곡동, 송파구 풍납동, 종로구 구기동, 금천구 시흥동 일대 노후 주거단지도 모아타운 후보지로 오르내리고 있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노후 지역에서 해볼 만한 정책 대안”이라며 “지하주차장 같은 공동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모아타운 내 여러 사업 구역의 공사 속도가 비슷하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유의할 점도 많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