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개선,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담대하게 나서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한·일 정책협의 대표단’이 어제 일본으로 건너갔다. 28일까지 닷새 동안 일본 외무성을 비롯한 행정부와 의회, 재계, 학계 등의 다양한 인사와 만나 양국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미·중 신냉전이 심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잇따른 도발 등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연대를 강화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등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잘 나가다가도 과거사에 발목 잡히기 일쑤여서 돌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관리해야 마땅하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다고 해서 양국관계 전체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지난 5년 동안 한·일관계는 파탄지경으로 치달았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는 일본의 반발을 불렀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맞서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상호 보복이 이어졌다.

이번 정책협의단 단장을 맡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최악의 상태로 방치돼 온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인식”이라며 새 양국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려면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2019년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 형태로 지급하자고 제안한 방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반응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자세로 담대하게 임해야 한다. 외교 안보의 지형이 ‘한·미·일’ 대 ‘중·러·북’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명분에만 집착할 여유가 없다. 죽창가와 토착왜구 타령으로 세월을 보낸 문재인 정부 5년을 답습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