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조각가 시몬 레이 '황금사자상'

올해 ‘미술 올림픽’의 주인공은 흑인 여성 작가들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전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올해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본 전시에 참여한 58개국 213명 중 ‘개인 부문 금메달’(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은 미국의 흑인 여성 조각가 시몬 레이(55·사진)에게 돌아갔다.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린 도자기와 청동 조형물을 통해 억압받아온 흑인 여성들의 고통과 이를 이겨내는 원시적 생명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국가대항전 금메달’(황금사자상 국가관상)을 탄 것은 소냐 보이스(60)를 내세운 영국관이었다. 흑인 여성 작가를 국가대표로 등판시킨 것도, 황금사자상 국가관상을 안은 것도 영국관 역사상 처음이다. 전시 대표작인 ‘Feeling Her Way’는 현대 영국 음악사에 크게 공헌했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소 평가된 뮤지션 다섯 명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이들의 노래를 마치 아카펠라를 부르는 것처럼 영상으로 합쳤다. 심사위원단은 “숨겨진 역사를 음악을 통해 조명했다”고 했다.

아프리카 우간다관과 프랑스관은 ‘주목할 만한 언급상’을 받았다. 올해 처음 비엔날레에 참가한 우간다관은 회화와 공예 작품 등을 통해 전통과 서구 문명의 충돌을 다뤘다. 프랑스관은 최초로 알제리 출신(지네브 세디라)을 전시 감독으로 기용해 1960년대 알제리 독립을 다룬 영상 작품과 영화 소품, 퍼포먼스 등을 펼쳤다.

평생공로상은 칠레 출신 여성주의 작가인 세실리아 비쿠냐(74)와 독일의 여성 조각 거장 카타리나 프리치(66)가 받았다. 여성·흑인·식민지 주민 등 소수자라는 키워드가 지배한 시상식이었다.

베네치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