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책협의단,이수현 추모…"의인 희생정신 양국관계 새 다리"

4박 5일 방문 첫 일정으로 사고 지하철역 찾아 헌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정책협의대표단(이하 대표단)이 24일 방일 첫 일정으로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고(故) 이수현 씨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대표단은 이날 오후 도쿄 신주쿠구 소재 JR신오쿠보역을 찾아 추모 동판 앞에 흰 국화 다발을 바쳤다.

추모 행사에는 대표단 단장인 정 부의장 이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부단장,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 이상덕 전 주싱가포르 대사, 장호진 전 주캄보디아 대사,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 대표단 7명이 모두 참석했다.
검은색 넥타이 차림의 참석자들은 묵념한 뒤 추모 동판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동일본여객철도가 설치한 추모 동판에는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 씨는 2001년 1월 26일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쓴 채 용감히 선로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려다 고귀한 목숨을 바쳤다.

두 분의 숭고한 정신과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리고자 여기에 이 글을 남긴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고인은 일본 유학 중이던 2001년 1월 26일 JR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인 한국인이 일본인을 구하다 숨졌다는 점에서 고인은 양국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당시 사고가 난 선로를 둘러본 정 부의장은 "21년 전 이수현 의인이 일본인을 구하려다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며 "이후 양국 많은 국민이 순고한 희생을 안타까워하고 그의 죽음은 양국 간 선린우호 관계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일 양국이 새로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즈음에 이수현 의인의 희생정신이 서먹한 관계의 새로운 다리가 돼 발전적 미래를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25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만찬이 예정돼 있다고 소개하며 "일본의 많은 주요 인사들과 폭넓은 정책 면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일본 외무성 등 행정부와 국회, 재계, 언론계, 학계 인사 등을 만나 한일 관계, 대북 정책, 한미일 협력 등에 관해 두루 의견을 교환하고 28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날 대표단의 헌화 현장에는 교도통신, TBS 등 일본 현지 언론들도 취재에 나서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