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최애 ETF' SOXL, 투자해도 괜찮을까? [나수지의 쇼미더재테크]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무엇일까요? 테슬라? 알파벳? 정답은 티커명 SOXL, 소리나는대로 읽어서 일명 속슬이라는 '애칭'을 가진 ETF입니다. 오늘은 이 SOXL에 왜 이렇게 자금이 몰리는건지, SOXL 최근 주가는 왜 이렇게 떨어진건지, 세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면 어떤점이 좋고 나쁜지까지 살펴보겠습니다.○SOXL은 어떤 상품일까?
SOXL은 ICE 반도체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시가총액이 클수록 주식을 많이 담기는 하는데, 무조건 시가총액 비율대로 담는 건 아닙니다. 상위 다섯개 종목의 비중은 8%대까지만 담을 수 있고, 나머지 종목은 4%대까지 담습니다. 종목 교체는 분기마다 한 번 씩 합니다. 시가총액 비중 그대로 담지 않고 캡을 두거나 비중을 똑같이 담으면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내고 저평가된 종목을 더 많이 담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시총 상위 대형주들이 많이 오를 때는 수익률에서 손해를 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가장 많이 담고있는 종목은 브로드컴입니다. 반도체 제조빼고 다하는 팹리스 기업입니다. 주로 통신관련 칩을 만듭니다. 지난 12년동안 매년 배당을 늘려와 배당주 투자하는 분들도 선호하는 기업이죠. 다음으로는 엔비디아, AMD, 인텔, 퀄컴을 많이 담고있고, 뉴욕 거래소에 ADR 형태로 상장해있는 대만의 TSMC도 담겨있습니다. SOXL은 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등락폭의 세 배를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화끈하죠. 한국에는 최근에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했는데, 같은 지수를 따라가되 하루 등락폭의 두 배를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세 배 짜리 레버리지인만큼 오를 땐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땐 많이 떨어집니다. 레버리지 상품인만큼 운용보수는 0.9%로 싸지는 않습니다. ETF 규모는 58억달러. 한국 돈으로 7조원이 넘으니까 규모는 합격입니다.

○왜 이렇게 돈이 몰려?
이 SOXL. 앞서 말씀드렸듯이 돈이 엄청나게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입니다. 5억3000만달러, 한화 6700억원정도를 매수했는데 2위인 엔비디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이 순매수한겁니다.
한국의 서학개미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금도 몰리고 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ETF가운데 투자금이 많이 들어온 상위 6위 ETF였습니다. 한 달 동안 20억5800만달러, 한국돈으로 2조5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몰릴까. 고민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떨어져서 인 것 같습니다.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올들어서만 25% 넘게 떨어졌습니다. 3배짜리 레버리지인 SOXL은 66% 떨어졌습니다. 주당 70달러선까지 올랐던 주가는 24달러 중반까지 미끄러진 상태입니다. 26층 주민들은 푸념을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70층에도 사람있으니까요.
여기서 이걸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왜 세 배 레버리지인데 75%가 아니라 66%가 떨어졌냐. 이건 3배 레버리지의 의미가 기간 수익률의 세 배만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세 배 만큼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지수가 꾸준히 올라갈 때는 기초지수 상승률의 3배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꾸준히 떨어질 때는 기초지수 하락률의 3배보다 적은 손실을 내는 구조입니다. 그간 꾸준히 우상향하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렇게 크게 떨어지니까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단기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따라가는 SOXX도 아니고 세 배 짜리 레버리지 상품인 SOXL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이죠.
○SOXL, 반등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SOXL은 정말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걸 알려면 먼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왜 떨어졌는지 부터 알아야겠죠.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안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경기의 선행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조업 지표가 안좋아지기 3개월 전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먼저 떨어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반등하면 3개월 뒤에 경기 관련 지표가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그렇다는 건 아니고 대체적으로 흐름이 그렇다는겁니다. 경기가 좋으면 자동차나 전자제품도 잘 팔리고, 기업들도 데이터센터같은 투자를 많이 할테니 자연스러운 현상일겁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경기 침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이 풀린데다 코로나로 공급망이 꼬이면서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대도시를 봉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공급망 붕괴는 더욱 심해지고, 한 번 무너진 공급망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렇게 오르는 물가를 잡아야하니까 미국 중앙은행은 더 빨리, 더 많이 금리를 올릴 것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돈이 덜 돌고, 그러면 경기도 위축되지 않겠느냐 이런 논리죠. 아까 반도체 지수는 경기보다 먼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니까 앞으로 반도체 수요도 떨어지겠네? 그래서 반도체 주식에서 돈이 먼저 빠져나가는 패턴이 반복되는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반도체 업종 주가 상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는 두가지 정도 일 것 같습니다. 물가가 안정될 것 같은 기미가 보이든지, 경기가 둔화된다고는 하더라도 2분기에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빠지지 않고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든지요. 이 두가지 포인트에 대해 각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SOXL이 반등할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볼지도 결정되겠죠.

○SOXL 장기투자 해도 될까?
그렇다면 세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인 SOXL에는 장기투자해도 괜찮을까요? 최근엔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일부러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레버리지는 추세적으로 오를 때 더 높은 수익을 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SOXL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꾸준히 우상향했기 때문에 누적으로 보면 엄청난 수익을 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따라가는 SOXX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죠.
하지만 이렇게 될 때 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요. 이건 같은 기간 SOXL이 고점대비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반토막 수준인 84%까지 떨어진 적도 네 번 정도는 있고, 내가 사고 나서 50~60%정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해야합니다. 하지만 투자한 뒤 반토막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가 몇이나 될까요? 미래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투자를 해보신 분이라면 손실중인 종목을 보유하는 괴로움을 견디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실겁니다.

또 3배 레버리지니까 떨어질 때 더 많이 떨어져서 그만큼 물타는 효과가 크다고도 하지만, 이것 역시 맹점이 있습니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정말 떨어질 때 마다 무한대로 매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적은 투자금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긴합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괴로움만 줄 뿐입니다. 게다가 지수가 횡보하기라도 한다면 계속 수익률이 녹아내립니다.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많이 버는 것만큼 많이 잃을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