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중재안' 몰랐다는 김오수…검찰 내부는 싸늘

의장 면담 상세히 설명하며 억울함 호소…'출근길 발언'도 해명
"바보 되길 선택" 대부분 허탈·분노…"정쟁에 희생양" 의견도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은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박 의장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에 동조했거나 최소한 국회 논의 과정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해명에 나섰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한 간담회"라는 싸늘한 반응과 함께 총장의 무능함만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의장 면담·출근길 발언 거듭 해명…"중재안의 '중'자도 못 들어"
김 총장은 지난 21일 박 의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총장은 우선 박 의장에게 형사사법 근간에 관한 4차례 입법은 모두 국회 특위를 거쳤다는 점을 설명하고, 검찰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이 자리에서 박 의장이 중재안이나 여야 합의 과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김 총장 설명이다.

김 총장은 "의장님을 뵐 때 저는 중재안이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고, 저희 의견을 반영해서 국회에서 더 대화해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간부회의 과정에서 속보를 보고 중재안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을 알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총장은 논란이 됐던 지난 22일 출근길 발언도 거듭 해명했다.

김 총장은 박 의장 면담 다음 날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해 본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해당 발언 이후 공직자 범죄를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중재안이 나오자 김 총장이 박 의장과의 면담에서 미리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총장은 해당 발언이 수사심의위를 강화하는 자체 개혁방안과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장께 제시한 검찰 자체 개혁방안 중에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의 실질화·법제화 추진 내용이 있었다"며 "수사심의위 소집권자를 제삼자까지 확대하고, 수사 착수 여부도 심의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이어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과 신청권자를 확대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다는 것인데, 하필이면 중재안이 나오면서 오해가 생겼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국회를 오가면서도 중재안 내용이나 그 주변 기류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국회 동향이나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심도 갖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국회에 파견된 검사나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해봤는데 전혀 그런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마지막 메시지 기대한 검찰 내부 허탈…"분노 해소 역부족"
김 총장이 물러나기 전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추스를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검사들은 김 총장 회견 내용에 대부분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일선 검사들의 분노가 풀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법무부 차관을 지낸 검찰총장이 중요한 때마다 목소리를 내는 시기를 놓쳐 이미 내부적으로 신뢰를 잃었다"며 "혹시나 했는데 임팩트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동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운했던 모양"이라며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했지만, 상처 난 검찰 후배들의 마음을 돌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예상했던 대로 변명으로 일관한 간담회였고 해명이 전혀 안 됐다"며 "김 총장의 발언에 단 한 마디도 동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상황과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역보다 무능을 택한 것 같다.

그간 국회를 왜 다닌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검사는 "바보 아니면 거짓말쟁이 아니겠나.

바보가 되길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고, 다른 검찰 간부는 "검찰 수장으로서 마지막 한 마디를 기다렸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김 총장이 끝까지 역할을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한 현직 부장검사는 "국회 상황을 보면 여야가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중재안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며 "총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여야 정쟁에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