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경기도로 진격하는 'EPB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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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B 선후배 배국환·김동연·김용진옛 경제기획원(EPB) 출신 경제관료 3인방(배국환·김동연·김용진)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에서 함께 정치적 행보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민주당 깃발’ 들고 경기에서 정치 행보
성남시장 전략공천된 배국환
“이재명이 점찍은 인물”
더불어민주당은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성남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했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배 전 차관은 1956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EPB 예산실 총괄계장과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장 등을 거친 ‘예산통’이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기재부 2차관으로 임명됐다. 2012년 감사원 감사위원을 끝으로 공직을 잠시 떠났다가 2014년 유정복 당시 인천시장 취임과 함께 인천시 경제부시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현대아산 대표, 삼표그룹 부회장 등을 지냈다.
정치권에선 배 전 차관 공천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성남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적 근거지’로 꼽히는 곳이다. 성남시장 선거에 마땅한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자 이 전 지사 핵심측근인 김병욱 의원(재선)을 공천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민주당의 ‘수성’ 의지는 강했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성남은 분당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장직을 지켜내려면 행정과 기업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중량감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며 “배국환은 사실상 이재명이 점찍은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배 전 차관은 2018년 이 전 지사에 의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재정정책특보를 맡아 경제공약 수립에 관여했다.민주당 예비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나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26회)과는 EPB 라인 선후배로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배 전 차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6년 기획예산처 재정전략관으로 있으면서 김 전 부총리와 국가전략인 ‘비전 2030’을 입안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배 전 차관의 EPB 8년 후배인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행시 30회) 역시 김 전 부총리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아 경기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8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곧장 김 전 부총리 캠프에 합류했다.관가에서는 이들 3인방이 이 전 지사의 영향력이 강한 경기도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보수정권에서는 옛 재무부 출신(모피아), 진보정권에서는 EPB 출신이 득세한다는 공식이 적용된 사례”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들인 만큼 ‘이재명 우산’ 아래로 들어가 향후 활로를 찾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EPB 보다 모피아가 중용되는 분위기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새정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로 모피아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두 번 연속으로 EPB 출신(김동연, 홍남기)이 독식했던 자리다. 역시 모피아인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은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금융위원장 등 요직에 기용될 전망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