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출길 뚫자…KOTRA '무역전사 100인' 뛴다

지방 수출기업 지원 확대

상사맨 출신 수출전문위원 영입
수출·해외 마케팅 노하우 전수

KOTRA, 지역 대학과 연계
마케터 육성·취업 기회도 제공
지방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KOTRA가 주관한 ‘수출 첫걸음대전’ 행사에서 해외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KOTRA 제공
2016년 부산에 설립된 론픽은 로보틱스 트레이닝 설비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설립 때부터 시장 규모가 큰 해외시장 진출이 목표였다. 하지만 창업 멤버 모두 연구개발 인력이어서 해외 마케팅과 관련한 노하우가 없었다. 간신히 호주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맺었지만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KOTRA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종합상사 출신 KOTRA 수출전문위원이 멘토로 나서 1 대 1 밀착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론픽은 지난해 호주 바이어와 4억원어치 수출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백준영 론픽 대표는 “KOTRA 지원이 없었다면 수출을 아예 포기했을 것”이라며 “수출전문위원의 도움으로 또 다른 해외 바이어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노하우 절실한 지방기업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는 KOTRA가 올해 들어 지방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본사 중소중견기업본부를 중심으로 각 광역자치단체에 설치된 12개 지방지원단이 지방 수출기업 밀착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KOTRA가 비수도권에 있는 수출 중소기업 532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수출 마케팅 인력 확보’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마케팅 인력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어 수출 물류와 해외 마케팅 노하우 부족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지방 수출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정부의 지원대책으로 해외 마케팅 관련 지원을 꼽았다.작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지방 수출기업도 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소재 업체 A사는 올초 수년간 거래해왔던 독일 바이어로부터 계약 중단 통보를 받았다. 선박을 구하기 어려워 화물을 제때 실어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10배 이상 불어난 화물운임도 결정타였다. 수출 경험이 적은 초보 기업일수록 시급한 물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KOTRA 측 설명이다.

전문위원·청년 앞세운 밀착지원

KOTRA는 지방 수출기업 밀착지원을 위해 전직 종합상사 임원 등을 지낸 무역업계 베테랑 100여 명을 수출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일선에서 은퇴한 60대 위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지방 기업과 1 대 1로 만나 각종 수출 노하우 및 마케팅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들은 출장경비 지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재능기부 차원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KOTRA는 지역 거점 대학과 연계해 디지털 청년 마케터도 육성하고 있다. 마케터로 선정된 청년들은 SNS 등을 통해 지방 수출기업들의 디지털 홍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대학 졸업 후엔 해당 기업에 취업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KOTRA의 설명이다.물류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을 위해 지방 중소기업 전용 선복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OTRA는 지난해 삼성SDS와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확보하는 협약을 맺었다. KOTRA는 올해 2월부터 삼성SDS와 매주 7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지원하고 있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수출 전문위원과 청년 디지털 마케터 활동을 앞세워 지방 수출기업도 손쉽게 수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