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데이터 가치 창출의 어려움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taehoon@rainist.com
한국 마이데이터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대전환을 이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전환은 기업 중심 즉, 기업이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마케팅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개인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만 속도가 나고 있는 것이다. 마이데이터가 서비스와 상품에 널리 활용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업계의 ‘데이터 프로덕트’ 논의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필자는 데이터와 서비스, 상품의 결합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경험이 완전히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도메인 이해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을 설계하는 일이다. 데이터 서비스라고 하면 고객이 열람하고 싶은 정보를 리포트로 제공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는 마이데이터 이전에도 가능한 서비스다. 실시간으로 연결된 데이터 네트워크의 힘을 소비자가 제대로 느끼려면 일상의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이 자동화되거나 기존 정보 구조에서 획득하기 어려운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회의 정보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쉽고 간편하게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자. 가장 먼저 기존 대출 시스템에서 평가되는 정보를 알고, 대출 심사에 필요한 개인정보가 여러 기관에 유통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다음엔 기존 구조를 해체하고, 개인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하거나 막혀 있는 정보의 흐름을 개선하면 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 과정을 소수의 사람이 정의하고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넘어서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정보는 정확한 것인지, 그 정보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제휴를 우리 힘으로 해낼 수 있을지 하는 의문들이다.마지막 과제는 새로운 경험을 표현하는 일이다. 연결된 데이터가 주는 자유와 힘, 다시 말해 정보의 집합화, 자동화, 개인화, 목표 달성의 최적화 그리고 정보 공유를 통한 ‘사회 최적화’라는 가치를 어떻게 고객이 믿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가다.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바꾼 정보의 흐름이 세상을 얼마나 편리하게 하는지 알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디자이너, 비즈니스맨,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법률가 등이 모여 밤을 새운다. 흩어져 있는 나의 정보를 나를 위해 일하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건 이처럼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