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회사채도 수요예측 미달·발행 철회…'A+ 등급' 삼척블루파워, 年 5.66% 이자

기업 자금조달 비상

수요 넘치던 홈쇼핑업종 첫 미달
발행계획 철회도 잇따라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되면서 우량한 신용을 갖추고도 자금 모집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는 기관투자가의 외면 탓에 A+ 등급 중 1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늘 수요 초과였던 홈쇼핑업종에선 처음으로 미달 사례가 나왔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이날 18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5.66% 금리로 발행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같은 ‘A+’ 등급 회사채 가운데 최고 금리다. 지난 15일 수요예측 때 기관 참여가 ‘0’건에 그치면서 이자비용을 희망공모금리 범위 최상단으로 결정한 결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인 업종이긴 하지만, 금리가 최근 수개월 동안 오름세를 지속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뛰어난 실적 안정성을 갖춰 늘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몰렸던 홈쇼핑업종에선 수요예측 미달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NS쇼핑(신용등급 A)은 5일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00억원어치 기관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13일 발행을 완료한 900억원의 22% 규모다. 투자자를 찾지 못한 물량은 신한금융투자 등 6개 대표 주관 증권사단이 나눠 인수했다.발행금리가 치솟으면서 발행을 미루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신용등급 ‘A-’ 이하 일부 건설업 관련 기업은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한화(A+)와 동원시스템즈(A+) 등도 이달 공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다가 사모 회사채 등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등급이 가장 우량한 공사채의 조달 금리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최우량 신용등급(AAA)인 한국전력의 3년물 평가금리는 전일 연 3.50%까지 올랐다. 올해 초 2.14%보다 1.3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극심한 투자 수요 부족 현상은 해외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9일 3억달러 규모 달러채 공모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락하는 불안정한 상황 탓에 유리한 자금 조달 조건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리 급변동으로 한국물(Korea Paper) 발행이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유동성 확보를 회사채에 의존해온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이달 회사채 발행 기업 15곳 중 JTBC(BBB)를 제외하면 모두 신용등급이 ‘A’ 이상이고, 10곳은 ‘AA-’ 이상 우량기업이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 수요가 부진해 발행에 불리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