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대에 '검수완박 궤도' 수정한 국힘…민주는 단독처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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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극한 대치 '정국 급랭'윤석열 정부 출범을 보름 앞두고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이 25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재협상을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여야가 다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해 합의한 법안의 심사에 들어갔다.
尹 "검수완박 처리는 헌법 위배"
국힘, 최고위서 '법안 재협상' 결정
檢 선거·공직자 수사권 유지 요구
민주당 "협치 부정하는 도발"
법사위 열고 합의안 심사 돌입
일부 강경파 "원안대로 처리"
文 "중재안은 잘 됐다고 생각
가능하면 합의해서 처리돼야"
◆국민의힘 “선거·공직자 수사권 유지” 요구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합의안 파기를 공식화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은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말했다.국민의힘이 합의안을 사흘 만에 뒤집은 데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합의안이 의원총회를 통과한 직후만 해도 권 원내대표의 고육책으로 수용했지만, 주말 사이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대 여론을 청취한 뒤 재협상을 요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윤 당선인 측에선 이날 검수완박 합의안에 사실상 제동을 거는 메시지가 나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이 부패완판이며,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라는 검찰총장 사퇴 때의 말과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합의안에서 6대 중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 중 부패와 경제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검찰 수사권을 4개월 내에 박탈하기로 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수사권 폐지 대상에서 공직자와 선거 범죄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당내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포함한 합의안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갈 길 바쁜 민주, 27일 본회의 상정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는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박홍근 원내대표)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청래 김용민 등 강경파 의원들은 6대 범죄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 원안을 상정해 처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민주당은 계획대로 오는 29일까지 합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의장이 제안한 내용인 만큼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그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에 나서면 본회의를 최소 사흘은 열어야 한다. 2개로 나눠진 검수완박 법안의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는 데 각각 하루가 필요하고, 셋째날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법사위 소위를 열고 계류된 관련 법안 심의에 들어간 이유다. 늦어도 26일까지 전체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고 27일 본회의 상정을 시도할 전망이다.
◆文, “합의 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
법안 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서는 역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합의 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고 덧붙였다.
노경목/설지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