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자 대거 이탈…그 배경은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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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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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자 대거 이탈, 그 배경은?
암호화폐 시장이 또 한 번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이전 일주일동안 암호화폐 펀드에서 총 973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펀드에서 무려 1억34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인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에너지, 식량,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 21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IMF 총회에서 “5월 회의서 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식화하자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혼돈의 시기에 시장의 변동성과 연관되는 거시경제 변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펀드 자금 유출에 어떠한 변수들이 작용했는지 살펴봤다.
4월 18일은 美 ‘세금의 날’
미 재무부와 국세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심각성을 고려해 세금 신고 및 납부 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납세 마감은 기존대로 지난 18일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지난 1년간의 소득을 신고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의 세금을 내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를 현금화했다. 주가 역시 세금 납부일을 앞두고는 약세장을 겪는다. 또한, 비슷한 형태의 매도가 작년 과세 주간에도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달의 세금 납부가 암호화폐 시장 약세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위의 표는 비슷한 형태의 매도가 작년 과세 주간(5월 17일 주)에도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출처: Tradingview)>역전된 수익률 곡선
수익률 곡선은 채권의 만기구조에 따라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은 10년 만기 국고채와 2년 만기 국고채의 상대적 수익률을 비교하여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한다. “정상적인” 수익률 곡선에서는 만기 기한이 긴 채권들이 단기 채권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 만큼 수익률도 더 높다. 반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떨까.
통상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불균형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만기 채권보다 높을 때 곡선은 뒤집힌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펀드에서 대거 유출이 있었던 당시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며 시장심리의 약세와 경기침체 가능성이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기 위축이 우려되면 채권과 같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리스크 오프(Risk-Off) 현상을 보이게 된다.<수익률 곡선은 ‘0’ 아래로 떨어질 때 마다 역방향으로 뒤집히는데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난다(회색 영역). (출처: FRED)>
NDX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
주식시장에서의 기술주 거래 패턴과 비트코인은 명백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나스닥 100지수(NDX)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100개의 우량 기업만을 별도로 모아 만든 주가지수다. NDX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기술주이며, 나스닥100 ETF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기술주는 대부분 PER(주가수익비율)이 높고 확장된 밸류에이션을 갖는다. 이는 금리 인상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호화폐는 PER과 밸류에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 둘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미 증시 주요 지수와 움직임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자산이 상관관계를 갖고 거래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1에서 1사이의 범위에서 움직인다. 양의 상관계수는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뜻하며, 음의 상관계수는 두 자산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NDX와 비트코인의 10일 상관계수는 0.59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30일 상관계수와 90일 상관계수도 꽤 높은 수치를 보이며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 심리와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실화하는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8.4%의 시장 예상치마저 상회한 것으로,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기름값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휘발유 가격은 전년대비 18.3%, 식품 가격은 8.8% 올랐다.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즉, 국민들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기본 생필품에 소비해야 하면서 주식, 암호화폐 같은 투기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비트코인의 사용사례와 채택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공급량의 10% 미만이다. 그만큼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으로, 이는 암호화폐가 전 세계 소비자의 구매력을 보호할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기존 자산에 비해 굉장히 급등락 폭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시장을 이끄는 거시경제 변수와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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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자 대거 이탈, 그 배경은?
암호화폐 시장이 또 한 번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이전 일주일동안 암호화폐 펀드에서 총 973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펀드에서 무려 1억34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인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에너지, 식량,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난 21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IMF 총회에서 “5월 회의서 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식화하자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혼돈의 시기에 시장의 변동성과 연관되는 거시경제 변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펀드 자금 유출에 어떠한 변수들이 작용했는지 살펴봤다.
4월 18일은 美 ‘세금의 날’
미 재무부와 국세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심각성을 고려해 세금 신고 및 납부 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납세 마감은 기존대로 지난 18일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지난 1년간의 소득을 신고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의 세금을 내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를 현금화했다. 주가 역시 세금 납부일을 앞두고는 약세장을 겪는다. 또한, 비슷한 형태의 매도가 작년 과세 주간에도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달의 세금 납부가 암호화폐 시장 약세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위의 표는 비슷한 형태의 매도가 작년 과세 주간(5월 17일 주)에도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출처: Tradingview)>역전된 수익률 곡선
수익률 곡선은 채권의 만기구조에 따라 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은 10년 만기 국고채와 2년 만기 국고채의 상대적 수익률을 비교하여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한다. “정상적인” 수익률 곡선에서는 만기 기한이 긴 채권들이 단기 채권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 만큼 수익률도 더 높다. 반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떨까.
통상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불균형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만기 채권보다 높을 때 곡선은 뒤집힌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펀드에서 대거 유출이 있었던 당시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며 시장심리의 약세와 경기침체 가능성이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기 위축이 우려되면 채권과 같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리스크 오프(Risk-Off) 현상을 보이게 된다.<수익률 곡선은 ‘0’ 아래로 떨어질 때 마다 역방향으로 뒤집히는데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난다(회색 영역). (출처: FRED)>
NDX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
주식시장에서의 기술주 거래 패턴과 비트코인은 명백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나스닥 100지수(NDX)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100개의 우량 기업만을 별도로 모아 만든 주가지수다. NDX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기술주이며, 나스닥100 ETF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기술주는 대부분 PER(주가수익비율)이 높고 확장된 밸류에이션을 갖는다. 이는 금리 인상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호화폐는 PER과 밸류에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 둘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미 증시 주요 지수와 움직임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자산이 상관관계를 갖고 거래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1에서 1사이의 범위에서 움직인다. 양의 상관계수는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뜻하며, 음의 상관계수는 두 자산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NDX와 비트코인의 10일 상관계수는 0.59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30일 상관계수와 90일 상관계수도 꽤 높은 수치를 보이며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 심리와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실화하는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8.4%의 시장 예상치마저 상회한 것으로,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기름값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휘발유 가격은 전년대비 18.3%, 식품 가격은 8.8% 올랐다.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즉, 국민들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기본 생필품에 소비해야 하면서 주식, 암호화폐 같은 투기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비트코인의 사용사례와 채택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공급량의 10% 미만이다. 그만큼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으로, 이는 암호화폐가 전 세계 소비자의 구매력을 보호할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기존 자산에 비해 굉장히 급등락 폭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시장을 이끄는 거시경제 변수와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는…▶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이상화 대표는 디지털 자산관리 기업 베가엑스 홀딩스(VegaX Holdings)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이다. 유럽 투자은행 BNP 파리바그룹의 IB 출신으로, 금융 엔지니어링 및 핀테크와 관련 투자를 맡았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 업계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하는 기고문을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