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검수완박 중재안 후폭풍…'헌법 수호' 尹당선인 입장 주목(종합)

코너 몰린 원내지도부…이준석 "최고위서 재검토" 안철수 "이해충돌"
尹당선인, 대변인 통해 '국민 우려' 등 신중 태도…취임 후 거부권 행사 '촉각'
중재안 '강한 반발 또는 번복시' 민주당에 원안강행 명분, 여야 파국 맞을수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후폭풍에 휩싸였다. 특히 검찰의 선거·공직자 직접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로 한 내용이 중재안에 담긴 것을 두고 역풍에 직면한 모양새다.

지난 22일 중재안 합의를 주도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틀이 지난 24일에도 SNS에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의석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로선 지난 8일 원내지휘봉을 거머쥔 지 보름여 만에 협상력과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재안 합의문에 사인하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동의를 구했지만 당장 당 안팎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와 '투톱'을 이룬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일 최고위원회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며 "당 의원총회를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라고 밝혔다.

물론 최고위 재검토에도 여야 합의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검수완박 법안 자체가 원내 이슈인 데다, 이미 의총을 통과해 권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문에 사인까지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공개적인 '비토' 의견이 나올 경우 원내지도부의 리더십 손상이 예상됨은 물론, 중재안의 본회의 처리에도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당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의 압박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중재안 번복 등 결정이 나온다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당엔 '원안 강행'이라는 명분을 주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기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검수완박 중재안에 공개 반대·우려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와 원내지도부, 예비 행정부 간 이견까지 노출한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페이스북에 연달아 두 건의 글을 올리며 당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 진화에 부심했다.

권 원내대표는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는 점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치인 방탄' 중재안에 합의해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게시판엔 사흘째 '중재안 합의를 파기하라'는 요구와 함께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해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문재인·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 셀프입법이었던 검수완박이 국회의장 중재와 국민의힘 동의를 거치면서 권력비호용, 정치권 방탄용 여야 야합입법으로 변질했다"며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동의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민심의 기대에 역행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중재안에 담긴 검찰의 선거·공직자 수사권 박탈을 꼬집은 것이다.

전날 한동훈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중재안은 수사권 개정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한다"고 밝혔다.
비난 여론이 적지 않자,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던 민주당을 향한 곱지 않은 민심이 국민의힘에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충북지사 후보로 나선 김영환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왜 지금까지 맞서 싸우던 입장과 다른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재안 합의는 민심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고 지방선거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부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직접적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일갈하며 검찰총장직에 사표를 던지고 대선에 승리한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입장 표명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중재안 합의에 윤 당선인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박탈 시기만 유예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재안이 윤 당선인의 검사시절부터의 소신과 배치되는 것 아니냔 점에서다.

아직 취임 전인 윤 당선인으로선 최측근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동훈 후보자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한 윤 당선인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임 이후에 헌법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 '헌법가치 수호'를 거론한 것을 두고는 윤 당선인도 검수완박 중재안의 위헌적 요소에 주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중수청 설치 등을 담은 후속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재안을 둘러싼 당 안팎 반발 여론이 지속되고, '합의안 파기' 목소리까지 점점 커질 경우, 윤 당선인이 결국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표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