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사업구조 개편, ESG 경영 강화…공기업, 오늘도 뛴다

혁신하는 공기업
게티이미지뱅크
공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조직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사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거나 미래 먹거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급격하게 바뀌는 산업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 정부 출범도 공기업들에는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에 더욱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사업 찾아 나서는 공기업들

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냉열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LNG 냉열은 LNG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인데, 지금까지는 바다나 공기 중으로 버려졌다. 공사는 지난해 9월 인천항만공사, EMP벨스타, 한국초저온 등 4개사와 협약을 맺고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이 에너지는 냉동 물류 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는 게 공사 측 분석이다. 냉동 물류에 활용하게 되면 기존 방식 대비 전기 사용량이 50~70% 줄고, 급속 냉동 효과도 크다. 가스공사는 KT와 손잡고 LNG 냉열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데이터센터는 정보기술(IT) 서버를 한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시설이다. 많은 열이 발생해 냉각에 많은 전력을 써야 하는데 냉열을 활용하면 약 60%의 냉방용 전력 소모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상태양광 산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선택했다. 수상태양광은 저수지나 담수호 등 수면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 태양광 발전과 비교하면 산림 훼손과 난개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 저수지 및 담수호를 활용해 2GW(기가와트) 규모의 수상태양광 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사가 설치한 수상태양광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52만224㎿h(메가와트시)로 약 2만1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농어촌공사는 수상태양광 시설은 햇빛을 차광하는 효과가 있어 물속의 TOC(유기화합물의 양을 탄소량으로 표기한 지표) 함량을 줄여주고 녹조를 저감시키는 등 부차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을 목표로 조직을 정비하고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형 선주 사업과 선박조세리스 제도를 도입해 선진 해운업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선주 사업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해운사가 선박을 헐값에 해외로 매각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가 선박을 소유하고 선사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스마트 해운정보플랫폼 사업도 있다. 그간 축적한 해상운임과 신조선가, 중고선가, 선박 해체 가격 등 해운거래 정보와 선사의 신용 및 재무 정보를 통합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선사는 선박의 운항항로 최적화, 전략적 선대 운용 등에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ESG 경영에도 집중

한국교통안전공사는 ‘철도 안전관리체계 수시검사’를 통해 안전관리체계를 수시로 점검한다. 지난해까지는 철도 사고 발생 이후 검사했지만, 올해부터 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사전 검사를 하고 있다. 공단은 지하 역사를 10년 이상 운영한 기관을 대상으로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응체계 및 비상 설비 작동 여부 등의 검사에 들어갔다. 오는 10월까지 6개월 동안 시행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국에 산재한 72만여 필지의 국유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업무 방식을 정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에는 개별 방문으로 국유재산 현장을 확인했지만, 이제 드론을 활용한다. 드론을 통해 대규모 지역 측량 고정밀 영상지도 생성, 활용 현황 판독 등이 가능하다.

캠코는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했다. 드론이 촬영한 자료를 AI가 자동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기존 관리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방식이다. 또 업무 간소화를 위해 로봇 기술을 활용한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시스템’도 활용하고 있다. 실무자가 정보를 작성해 RPA에 저장하면, RPA는 요청 사항을 수행하고 결과를 회신한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수출상담회를 개최해 총 194건, 6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뒀다. 상담회에는 국내 수출업체 66개사와 12개국의 바이어 60개사가 참여했다.
한전KPS는 ‘안전 최우선 문화’ 정착을 위해 안전보건 경영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한전KPS는 지난 25년간 발생한 550여 건의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 데이터화해 보관 중이다. 재해 사례를 직업별 및 유형별로 분류했고, 유해 및 위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유해 및 위험작업을 관리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일학습병행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근로자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사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보다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 콘텐츠를 활용하면 기존 훈련 방식에 비해 사고 위험과 비용은 줄고 효과는 크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