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경제둔화 우려에…성장주·민감주 모두 무너졌다

신저가 종목 속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국내 증시도 움츠러들었다. 5거래일만에 다시 2700선을 하회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주요 성장주는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리오프닝(경제 재개) 관련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2600~2800선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5일 오후 코스피 지수는 1.48% 하락한 2663.77에 거래 중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814억, 4161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은 856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플랫폼, 게임 등 성장주들이 일제히 고꾸라졌다. 네이버는 이날 3.67% 하락한 28만9500원에 거래 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한달 사이 약 15% 급락했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도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성장주의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메리 데일리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가 "지금은 인플레이션 고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이어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 주장까지 고개를 들면서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플랫폼, 게임주는 실적까지 빨간불이 들어왔다. 네이버는 지난 21일 시장 기대치를 11.7% 하회하는 1분기 실적(3018억원)을 발표했다. 크래프톤도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장기 금리가 올라가도 성장주의 성장성만 유지가 되면 주가는 폭락하지 않지만 최근 높아진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성장기업의 이익이 정체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성장주의 성장이 멈추면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통 성장주와 경기민감주 주가는 반대로 간다. 그러나 이날은 경기민감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의류업체 갭의 실적을 계기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2일(현지시간) 갭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올해 1분기 매출 감소폭이 전년 대비 10% 중반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요가 생각보다 더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갭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날 영원무역(-5.62%), 한세실업(-6.08%), 아모레퍼시픽(-5.34%), 대한항공(-3.99%) 등 리오프닝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정 팀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주식은 금리 인상 우려에 대해 발작 반응을 보였고, 경기민감주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투심은 음식료 관련 테마주에만 쏠렸다. 한탑, 신송홀딩스, 샘표, 사조씨푸드 등 음식료·비료 관련주는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썼다. 고공행진하는 원자재 가격을 손쉽게 전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2600~2800선 사이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91.1%에서 지난 24일 69.8%로 낮아졌다"며 "미 Fed의 공격적 행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통신주 등 필수소비재 위주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안전하다"며 "물가가 안정될 하반기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장기투자를 염두해두고 지수가 하락할 때 분할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