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진심인 회사"…MZ세대 패션 1위 '에이블리' 본사 가보니 [안정락의 스타트업 탐방]

의자계 샤넬 '허먼밀러' 전 직원 제공
점심식사, 간식도 무제한 지원
에이블리 제공
5억 7000만 회.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한 달에 '에이블리' 앱을 실행하는 횟수입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670만 명 정도라고 하니 이용자 한 명당 매달 평균 85회 정도 실행한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에이블리가 물론 MZ세대만 이용하는 앱은 아니기 때문에 MZ세대만 집계하면 횟수가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듯합니다.

에이블리는 여성 전문 의류·뷰티 쇼핑몰(플랫폼)입니다. 저는 에이블리 앱으로 물건을 구매해본 적은 없습니다.(남자고 MZ세대도 아니라서?….) 하지만 취재를 위해 앱도 깔아보고 나름 이곳저곳 많이 살펴봤습니다. M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전문몰 1위라고 하니 '뭐가 차별화 포인트'인지 관심이 갔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가장 큰 성공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에이블리 앱 안에 있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더군요. MZ세대들은 에이블리 앱 실시간 검색어에 새로운 것이 뜨면 서로 전파를 하기 때문에 급속도로 퍼진다고 합니다. 오늘은 쪼리(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 줄을 끼워 사용하는 샌들), 크롭셔츠 등이 랭킹 상위에 올라 있네요.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 여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블리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회사에서 지난 '스타트업 탐방'(오늘의집) 기사를 보고 연락이 와 최근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신논현역과 붙어 있는 강남교보타워 건물에 입주해 있습니다. 당초 9층(A, B동)만 쓰다가 6층(A, B동)까지 확장했다고 합니다.
에이블리 제공
교보타워 A동과 B동은 중간 통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말이죠.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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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에는 이런 '킥보드'도 있더군요. 1초라도 빨리, 편하게 A동과 B동 사이를 오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위해 설치해 놨다고 합니다. (실제 몇 초를 아낀다는 분석 글도 올라오곤 한다네요. 직원 한 분이 타고 이동하는 것을 바로 목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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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각 층의 라운지는 카페 분위기를 한껏 살렸습니다.
에이블리 제공
6층 B동으로 들어서니 대형 라운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쪽에 마련된 원형 홀은 소규모 미팅을 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전동 무빙월'을 설치해 놨더군요. 무빙월을 열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타운홀 미팅' 등을 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신입사원들도 이 공간에서 마주 앉아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 사무실의 가장 큰 특징은 먹는 것에 '진심'이라는 겁니다. 고급 원두 및 캡슐 커피는 물론 과일과 건강 간식, 편의점급 과자와 음료수 등이 무한으로 제공됩니다. 점심식사 역시 비용 제한 없이 지원한다고 합니다. 외근·야근 택시비도 100% 준다고 하네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또 사내도서관을 운영해 자기계발서나 업무 관련 도서를 무제한 지원한다고 합니다. 승인 절차 없는 자유로운 휴가(시간 단위로 사용) 등 복지 혜택을 강화하면서 직원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위 사진은 이번 회사 방문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신입사원을 위한 '웰컴 키트'입니다. 직군별로 아이맥, 맥북 프로+WQHD 27인치 모니터, 고사양 데스크톱+듀얼 모니터 등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최신식 장비를 이렇게 신입사원 출근 첫날 준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거 아시죠?? 최근 화제가 됐던 ‘사무용 의자계의 샤넬’로 불리는 허먼밀러 의자입니다. 에이블리 직원들은 모두 이 의자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등도 이 의자를 도입했다고 하죠. 저가 모델이 하나에 최소 100만원이 넘는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150만~250만원 정도 제품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사무실 한쪽에는 공기 질을 관리해주는 '스마트 그린월 시스템'도 있습니다. 일종의 수직 화분인데요. 이런 식물들과 함께 일하면 마음이 안정될 거 같았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가습기도 눈에 띄더군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아래는 대형 회의실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아래는 일반 소규모 회의실인데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6층 회의실들 이름은 세계 각지의 도시명입니다. 프라하, 아테네, 뉴욕, 파리, 밀라노 등등. 패션 위크가 열리는 전 세계 도시명을 회의실 이름으로 쓴다고 하네요.

9층 회의실들은 좀 다릅니다. 우주의 흔적을 남기는 에이블리가 되겠다는 목표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대회의실(해, 달) 등 행성 이름을 회의실 이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ex. 우리 3시에 화성에서 만나요!)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 제공
에이블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비전과 철학을 자주 접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라운지 벽면 등 오피스 곳곳에 핵심 가치를 적어 놓은 것도 색다릅니다. 회사 벽면 곳곳에 이런 문구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에이블리의 핵심 가치는 이렇다고 합니다. 원팀(One Team)으로 그릿(GRIT)하게 일하고 임팩트(Impact)를 만들어내는 회사. (그릿은 Growth(성장), Resilience(회복력), Intrinsic Motivation(내재적 동기), Tenacity(끈기)의 약자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원팀은 팀이 성공하면 구성원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에이블리는 패션 플랫폼답게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셀러들의 다양한 상품을 촬영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홍보한다고 합니다. 아래와 같은 동영상이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하네요.

(※유튜브 영상이라 네이버 등에서는 영상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홈페이지 기사에서는 보실 수 있습니다.)


6층과 9층의 A-B동을 연결하는 통로에는 아래와 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에이블리 제공
직원들이 오가며 언제든지 에이블리가 이뤄온 성과를 한눈으로 볼 수 있게 붙여놨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회사 탐방 중에 여러 스크린에서 에이블리 전속모델인 김태리 광고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라운지에는 김태리 사진과 친필 사인도 이렇게 있더군요.


에이블리는 어떤 앱?



에이블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공동 창업자 출신인 강석훈 대표가 세운 에이블리코퍼레이션(ABLY Corporation)이 2018년 3월 선보인 앱입니다. 출시 후 3년여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 건을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에이블리 누적 마켓 수는 3만여 개로 국내 패션 관련 앱 중 가장 많습니다. 에이블리는 ‘개인 취향 맞춤형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패션 중심에서 홈데코, 핸드메이드, 뷰티, 디지털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67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해 9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까지 에이블리의 누적 투자금은 1730억원으로 여성 패션 플랫폼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복지 강화하며 직원 채용 확대

에이블리는 직원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300명 정도인데 1년 만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라고 하네요. 요즘 스타트업계에서 '채용'은 가장 뜨거운 이슈이기도 합니다. 개발자들 몸값이 뛰면서 말 그대로 '인재 영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에이블리 역시 최고의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복지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ex. 점심 식비 무제한 제공, 외근·야근 택시비 100% 지원 등등.)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은 연령대별 강자들이 있습니다. 에이블리는 10∼20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브랜디는 20대 초반, 지그재그는 20∼30대, W컨셉은 20대 중반∼30대, 퀸잇은 40∼50대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최근에는 서로 고객층을 빼앗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