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넘어서자"…화웨이, 연구개발에 27조원 쏟아부어

지난해 매출 28% 감소해도 R&D투자 늘려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 세계 1위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8% 줄어든 와중에 연구개발 투자 비중(매출 대비)을 20%대로 끌어올렸다. 기술개발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220억달러(약 27조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매출 6368억위안(약 122조원)의 22%에 달했다.화웨이만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뿐이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11%였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 12%였다. 애플(6%)의 세 배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만이 매출액 중 약 21%를 연구개발에 지출해 화웨이에 근접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위기를 기술개발로 벗어나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시작된 미국의 고강도 제재 탓에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8% 감소했다. 화웨이의 연 매출이 줄어든 건 3세대(3G) 통신 투자에 실패한 2002년 이후 처음이었다.

화웨이는 3년 동안 반도체 수급난을 겪었다. 미국 반도체 생산기업이 공급을 끊었고 파운드리 기업은 화웨이가 위탁한 칩을 제조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탑재할 반도체 칩을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이 축소됐다. 유럽에선 화웨이 5세대이동통신(5G)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화웨이는 장기적으로 위기를 벗어날 답으로 연구개발을 택했다. 미국 기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등을 개발하려는 전략이다. 화웨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미국이 2019년 제재를 시작하자 대폭 증대됐다. 2012년 13.2%대 였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2020년 15.9%로 뛰었고 지난해 22%까지 증가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에 앞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제품 품목 수를 줄이고 공급망 관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76% 늘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4.5%포인트 감소했다. 화웨이는 연구개발 투자 자금을 확보하려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등 일부 사업부도 중국 국영기업에 매각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화웨이의 총직원 19만 5000여명 중 약 55%(약 10만7000명)가 연구개발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개발 인력 6만명보다 4만명 이상 많다. 이들이 지난해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는 2770건에 달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화웨이가 처한 위기는 비용 절감으론 해결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선진적인 기술을 확보해야 하므로 기술개발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