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병식, 대남용부터 ICBM까지 '핵투발수단' 망라…신형 SLBM도

종류별 운용수단 총동원…도색완료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실전배치 과시
'화성-17형' 추가양산도 눈길…'발사실패·기만선전' 南발표 우회반박한 듯
북한이 '항일빨치산' 9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남측을 겨냥해 만든 전술유도미사일부터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종류별 핵투발 수단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2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공개한 기사와 관련 사진을 보면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북한이 최근 몇 년간 개발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운용 수단이 종대별로 등장했다.

통신도 입장 순서별 종대를 기술하면서 "높은 기동력과 섬멸적인 타격력으로 적들이 손쓸 새 없이 침략전쟁 장비들을 초기에 풍비박산 낼 멸적의 기상을 안고 최신형 전술미사일종대들이…"이라고 소개하는 등 '최신', '첨단' 등의 표현을 강조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2형, 화성-14형 등 구형은 사진상 확인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최근 개발한 무기체계 위주로 종대를 구성하고 실전배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열병식에 다양한 핵무기 운용 수단을 과시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한 발언과 맞물려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전략 핵무기와 화성-17형 등 대형 운반체를 통해 1격(First Strike) 능력을 획득한 후 핵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북한 핵 전략의 변화를 확인시켜주는 내용"이라며 "핵 기습공격 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침략 능력 강화 의도의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체계도 일부 포착됐다.특히 북한이 공개한 사진상 작년 1월 당대회 열병식 당시 처음 선보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가 1m가량 늘어난 신형 SLBM이 첫선을 보였다.

크기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건조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3천t급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한 용도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작년 10월 북한이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미니 SLBM'도 함께 열병식에 등장했다.미니 SLBM은 탄두부가 더 뾰족해졌다.

같은 SLBM도 사거리별 종류를 다변화해 실전배치가 임박했음을 과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밖에 도색을 새로 마치고 탄두부가 길어진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여러 발을 비롯해 지난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 차량 대열도 보였다.

능동방어체계(APS)를 갖춘 전차 대열도 포착됐다.

전차 능동방어체계는 레이더를 이용해 날아오는 탄환을 감지한 뒤 미사일로 이들을 막는 방어 수단이다.

전날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군과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ICBM인 화성-17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총 4기를 처음 선보인 ICBM으로, 올해 들어서만 최소 3차례 성능시험 발사가 이뤄졌다.

마지막 세 번째 발사 때인 지난달 16일에는 공중 폭발해 실패했다.

처음 공개된 4기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화성-17형은 1발만 남은 셈이지만, 전날 열병식 사진에는 최소 3기의 화성-17형이 동원됐다.

추가로 양산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화성-17형을 소개하면서 '지난 3월 24일' 발사된 ICBM이라고 날짜를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당시 발사가 '기만선전'이었다고 평가절하한 남측 군 당국의 발표를 우회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한 화성-17형을 내달 중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6일 화성-17형 발사에 실패한 뒤 8일 만에 지난달 24일 최대 성능으로 ICBM을 발사한 뒤 이튿날 '신형 화성-17형'이었다고 대내외에 선전한 바 있다.이에 대해 군 당국은 다수 정보자산 분석 내용 등을 토대로 직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의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화성-17형인 것처럼 속여 발표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