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정 사피온 대표 "AI 전용 반도체로 엔비디아에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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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만든 팹리스 기업“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엔비디아와 경쟁하겠습니다.”
내년 상반기 X330 칩 출시
류수정 사피온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 상반기 선보일 차세대 제품 X330 칩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얘기였다. 사피온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다. 작년 말 SK텔레콤에서 분사했다.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다.사피온의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설계다. AI 반도체는 데이터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대규모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칩이다. AI의 두뇌 역할을 한다. 구글 검색,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등에 AI 반도체가 쓰이고 있다. 사피온은 2020년 AI 반도체 X220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데이터 학습·추론용 반도체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90% 안팎으로 추정된다. 앞으론 AI 반도체가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 대표는 “GPU는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효율이 높기 때문에 처리하기 전 데이터가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며 “AI 전용 칩을 쓰면 결과도 훨씬 더 빨리 나온다”고 설명했다.사피온은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AI의 추론은 학습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용 반도체는 오프라인으로 학습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가 (돌발상황 같은) 문제가 들어오면 답을 내는 추론이 중요하다”며 “사피온 칩은 추론에 최적화돼 있어 문제를 풀 때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사피온의 숨은 강점 중 하나로 SK그룹 소속이란 점을 들었다. 계열사가 테스트 시장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SK 계열사들이 제품을 써보도록 해 성능 검증 자료를 확보한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이다. 디지털 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는 집적회로인 DSP, 모바일 GPU 등을 개발했다. 지난해 4월 AI 액셀러레이터 담당으로 SK텔레콤에 합류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