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원수복 처음 입고 등장한 김정은…'대원수 계급장' 견장 눈길

원수칭호 10년 만에 착용…'핵무력완성' 軍통수권자 면모 과시하는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항일빨치산'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열병식에 하얀색 원수복을 입고 등장하며 집권 10년간 국방력 강화 업적을 쌓은 최고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공식 집권한 2012년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지만, 그간 공식적인 자리에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 당시 4·25 문화회관에 흰 원수복을 입은 김 위원장의 사진이 걸렸던 것과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박정천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흰 원수복을 입은 김 위원장의 사진이 포착된 것이 전부다.

그간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조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정장과 뿔테안경은 물론 가죽 롱코트와 러시아식 털모자 등 다양한 복장을 주로 선보였다. 김 위원장이 집권 10주년이 되는 이번에 처음으로 원수복을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북한을 자칭 '핵보유국'으로 올려세운 '업적'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성공에 이어 올해 신형 '화성-17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국방력 강화에 '올인'하며 남측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조부인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통치술로도 볼 수 있다. 김 주석은 1953년 7월 휴전협정 직후 평양에서 전승 열병식을 열었을 때 흰색의 원수복을 입고 나타났는데 이는 김일성의 최고통수권자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대원수 칭호를 달았는지 여부다.

이날 김 위원장의 원수복 견장에 대원수 계급장으로 추정되는 모양이 확인됐다. 공화국 원수 계급장에는 큰 별 뒤에 목란이 반만 감싸고 있지만, 대원수 계급장에는 목란이 전체적으로 둘려 있는데, 이날 김 위원장의 원수복 계급장은 후자에 가깝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견장은 대원수 계급장으로 판단되며, 지난해 1월 원수복 착용 사진에서 포착된 계급장과도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0년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김 위원장의 군 지위가 대원수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열병식을 보도하면서도 김정은을 가리켜 '원수님'이라는 표현만 사용한 것과 대원수 칭호 수여에 대한 관영매체 보도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대원수 자리에 올랐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에서 생전에 대원수 칭호를 부여받은 사람은 김일성 주석이 유일하다.

김 주석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원수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1992년 '대원수'에 올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공화국 원수'에서 사후인 2012년 '대원수'로 추대됐다.

공화국 원수는 북한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통치자에게 부여되는 칭호로, 군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계급인 군 원수와는 구분하고 있다.

현재 현직 군인 중 박정천·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만이 군 원수 직함을 부여받았다.

흰색 원수복을 착용한 것은 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 예식복장으로 적합하고, '국가 근본이익 침탈 시 핵무력 사용' 등의 군사적 메시지 발신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열병식 연설 분량은 5천300자로 비교적 짧았으나, 수위는 높았다. 작년 10월 열린 국방전람회 연설 분량은 7천500자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