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완화 기다리자" 분양 줄줄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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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급 차질 불가피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일반분양 시기를 잇따라 미루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될 경우 일반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게 받아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일부 조합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티겠다”며 일반분양을 최대한 늦추는 분위기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원펜타스'
263가구 분양, 올 상반기→내년
조합 "사업비, 대출로 버티겠다"
광명2구역·신반포4지구도 늦춰
청약 기다린 실수요자는 '한숨'
“3.3㎡당 분양가 7000만원 넘겨야”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는 올 하반기 일반분양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최근 삼성물산 래미안 공식 홈페이지에도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바꿔 공지됐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641가구 중 263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특히 전용면적 84㎡를 초과하는 중대형인 107㎡, 137㎡, 191㎡ 39가구는 추첨제로 모집할 계획이어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반포 일대 재건축 주요 단지 중 하나로 서울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초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 분양을 포기한 이유는 분양가에 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아직 분양가 산정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종일 조합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분양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며 “입지가 우수하고 사업성이 좋은 만큼 1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며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늦추겠다”고 말했다.래미안 원펜타스는 지난해 6월 청약을 받은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와 비교된다. 당시 원베일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5653만원에 책정됐다. 신반포15차 조합 측은 고속터미널역 인근 노른자위 땅에 자리잡은 원베일리의 입지와 사업성을 비교할 때 분양가 상한제 아래서는 5000만원대 이상을 책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단지 인근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퍼스티지의 3.3㎡당 시세가 1억원을 넘는데, 각종 건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감안했을 때 5000만원대 분양가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시세의 70% 이상인 7000만원은 분양가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받아서라도 버티자” 줄줄이 연기
분양을 앞둔 다른 재건축단지들도 분양을 줄줄이 늦추고 있다. 경기 광명뉴타운 대장주로 꼽히는 베르몬트로 광명(광명2구역)의 경우 지난해 3.3㎡당 2000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 통보 결정에 반발해 조합이 분양을 연기했다. 조합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 정책 변화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올 상반기 분양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은 상반기에도 일반분양이 불가능하게 됐다.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택지비 평가를 미루고 있어서다. 지난해 3.3㎡당 일반 분양가는 2869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인근 대단지인 ‘문정 래미안’의 시세가 4300만원 수준까지 오르자 조합 측은 “35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며 분양 연기를 택했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메이플자이는 분양가 문제에다 사업지 내 서울시 소유 땅 매입 문제까지 겹쳐 일반분양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신반포 메이플자이 분양가격도 원베일리와 비슷한 3.3㎡당 52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합 측은 7000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조합 입장에선 상한제 완화 여부를 지켜본 뒤 분양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융비용이 더 들더라도 버텨서 제도 변화 후 일반분양을 통해 제값을 받는 게 훨씬 이익이라면 조합 입장에선 늦추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며 “이런 상황 때문에 올해 수도권 청약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