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깜깜이·늑장 조사에…3년째 달리지 못하는 부전-마산 복선전철[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사진=연합뉴스
부산 부전동에서 경남 창원시 마산을 잇는 복선전철사업이 3년 가까이 지연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사 막바지에 발생한 사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복구 공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다보니 땜질식 복구만 이뤄지면서 개통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가 공사 부담금을 두고서도 참여 건설사들끼리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어 지역주민들만 애타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 사업의 최대주주(건설사 출자 기준)인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최근 국가철도공단에 개통 예정일을 오는 2023년 말로 보고했다. 2014년 6월 첫삽을 뜬 이 사업은 당초 2021년 2월을 완공으로 했다. 하지만 완공을 1년 앞두고 발생한 일부 공사 구간의 사고로 개통 시점이 3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2020년 3월 일부 터널 구간에서 직경 75m, 깊이 20m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는 SK에코플랜트가 책임 시공을 맡은 구간에서 발생했다. 명확한 사고 원인만 규명되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단기간 내 복구가 가능한 규모였다는 게 건설업계 얘기다.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 국토부가 조사를 시행사(SPC)에 맡기면서 원인 규명이 늦어졌다. 복구 공사를 두고서도 건설사 간 책임 소재 분쟁이 일면서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단순 지반 침하가 아니라 건설사의 부주의로 인한 터널 내부 붕괴 사고의 결과"라고 지적했지만 초기 사고 조사 결과는 단순 지반 침하로 나왔다. 공사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낙동강 본류에 인접해 연약한 지반이라 높은 수압, 빠른 유속으로 중대사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지반 보강을 하지 못했고 무리한 설계 변경으로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공사 참여자들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0년 국정감사에서 개통 지연의 정확한 원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고, 이에 따라 국토부는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국회에서 국토부에 최종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20개월이 넘게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체계적인 재발 방지대책 수립없이 복구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복구 공사 설계조차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공사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통 지연 문제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중대 건설 사고는 5개월 내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2년 가량 제대로 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며 "국토부에서 명확하게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해야 더 이상의 개통 지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 공사는 남해안 축 기간교통망 구축을 위해 부산 부전에서 경남 진례까지 32.7㎞에 복선전철을 건설하는 민간투자시설사업이다. 우회하는 기존 노선을 대체하고 직선 노선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개통되면 부산에서 마산까지 이동 시간이 종전 1시간28분에서 35분으로 단축된다. 총 사업비만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기도 하다. 민간투자자들이 공사를 한 뒤 정부가 소유권을 이전받아 일정 기간 시설이용료 등을 지급하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이다.

이 사업엔 SK에코플랜트 이외에도 삼성물산·한화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한신공영·한양 등 중견 건설사까지 총 13곳이 참여했다. SK에코플랜트가 39.36%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삼성물산과 한화건설도 각각 24.50%, 7.54% 지분을 갖고 있다. 복선전철 구간을 총 5개 구간으로 나눠 대형 건설사가 각 구간의 책임 시공을 맡고 중견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통이 지연되고 복구 공사마저 지지부진하면서 각종 금융비용 부담은 계속 불고 있다. 당초 예상한 사업비보다 이미 6000억원이 더 들어간 상태다. 개통이 내년 말에 이뤄질 경우 총 추가된 사업비는 최대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현재는 사고 구간의 책임을 맡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비용 분담을 놓고 또 다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며 "건설사 간 분쟁이 발생한다면 예정된 개통 일정마저 또 다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지역주민들의 불편만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