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무주택자, 지금이 기회다"…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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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1년간 완화하는데…다음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택 구매 전략을 짜는 실수요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앞세우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 집값을 의식한 때문이다.
규제완화 기대에 집값 다시 들썩
새 정부, 속도조절 가능성 커져
다주택자들 '똘똘한 한 채' 남기고
이번 기회에 주택 정리하는게 유리
청약가점 낮은 무주택자는
급매물 나올 때 내집 마련해볼 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보다 규제 완화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1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가 시행되는 데다 은행들도 앞다퉈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어 실수요자가 내 집을 마련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도 기존 부동산 정책이 과감하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크고 작은 조정 시점에 내 집 마련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은 우선적으로 청약통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점을 전후해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양도세 완화 카드 꺼낸 인수위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불가를 선언하면서 중과 유예는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졌다. 인수위가 부동산 시장에 매물을 늘리기 위해 즉각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후 즉시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해 다음달 11일 이후 거래분까지 소급 작용한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다음달 11일부터 1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면제된다. 잔금일이나 등기일 중 빠른 날이 다음달 11일 이후면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양도세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를 더하고 있다. 3주택자는 최고 75%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도세와 같이 부과되는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세 부담이 최고 82.5%까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한시적인 면제 기간에 집을 팔면 최고 30%포인트의 중과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물론 2년 미만으로 보유했을 땐 여전히 최고 7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3년 이상 집을 갖고 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 수가 많고 샀을 때보다 집값이 많이 뛰었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로 인한 절세 효과가 커지게 된다.
다주택자와 실수요자들의 전략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에 처분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주택자에 대한 정책 기조가 우호적으로만 형성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규제 조정기엔 다주택자들은 부동산 자산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완화됐을 때 매각하지 않으면 추후 보유에 대한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주택을 정리할 땐 양도 차익이 큰 주택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이 짧긴 하지만 일부 급매물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많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과거에 비해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은행들이 조였던 대출을 풀고 있는 만큼 활용 가능한 자금 수준을 미리 체크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청약 가점이 높을 경우 청약을 노리는 게 1순위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시기 급매물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이 1년인데, 기존 세입자의 전세 계약을 고려하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물량이 아니면 실거주자가 살 수 있는 매물은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간 세 부담 때문에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수 있어 선택 가능한 매물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의 경우 보유세 과세 기준인 오는 6월 1일 이전에 나오는 급매물과 연말께 내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 만료를 앞두고 나오는 물량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매물을 고를 땐 실수요자의 생애주기를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주거 이전 주기를 미리 계산해 입지를 생각하고, 구성원 수에 맞는 면적을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 점수 60점 미만은 급매물 노려봐야
전문가들은 무주택자 중 청약 점수가 60~70점 이상이면 청약을 우선적으로 노리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청약 점수에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절세 매물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절세 매물이라도 무턱대고 사들이는 건 주의해야 한다. 가격 메리트를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아파트값은 전국적으로 지난해 10~11월 단기 고점을 보인 경우가 많다. 그때에 비해 10% 이상 낮아야 매입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절세를 위한 급매물은 계약부터 잔금까지 기간이 짧거나 때론 일시불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 미리 목돈을 마련해 놔야 원하는 매물이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다.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 안팎의 기대가 여전한 데다 재건축 이슈도 맞물려 집값이 당분간 크게 내려가긴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심한 서울 이외 수도권까지도 선택의 폭을 넓혀봐도 좋다”고 말했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