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공직자 범죄는 밀접"…'검수완박' 검찰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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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나와도 못잡아…오죽하면 위헌이라 하겠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새벽 시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27일 대검찰청은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범죄 수사 공백을 우려했다. 대검 형사부(김지용 검사장)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송치한 범죄는 그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 안에서만 검사의 수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범죄 엄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필요한 관련 범죄 수사까지 '별건수사' 프레임을 씌워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 보이스피싱 수거책 잡아도 조직 못잡아
대검은 최근 잇따르는 보이스피싱을 예로 들면서 "범죄조직 등 진범과 공범, 주범이 발견되면 신속히 인지한 뒤 체포하는 강제수사가 필요하지만 직접수사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1명짜리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을 조사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발견했더라도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를 벗어나게 되므로 수사할 수 없다. 피해자나 피해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범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혐의를 포착한 수사기관이 즉시 강제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사는 경찰이 보내준 내용 안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은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보완수사 요구가 가능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라고 했다. 설령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든 경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가 지연된다고 해도 검찰의 통제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고도 강조했다.
법조계는 이런 동일성 규정을 '검수완박' 법안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장애인과 아동 등 취약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 못 할 것이고, 스토킹범의 휴대전화에서 아동성착취물이 발견돼도 수사 못 한다"면서 "경찰이 다시 조사하는 동안 범죄자의 증거인멸과 도망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여야 양당은 전날 논의를 거쳐 '동일한 범죄사실'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일방 처리 강행으로 회의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수정사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합의 이전의 조항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 선거범죄 수사 결국 검찰 배제…내년 3월 조합장 선거·2년뒤 총선
대검은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 범위에 있었다가 개정안에서 제외된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 등도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개정안은 선거범죄에 한해서 올해 12월 31일까지 '검수완박'을 유예한다는 별도 규정을 추가했지만 선거사건 수사가 검찰의 손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검 공공수사부(이정현 검사장)는 "6개월의 공소시효, 난해한 선거법, 경찰업무 폭증, 더딘 수사진행에 따른 부실수사 우려 등 문제의 대안 없이 '정치권 치외법권화' 비판만 모면하기 위해 선거범죄 수사의 혼란 시점을 2023년 1월로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은 2008년 18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당선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29건 중 95건(73.6%)을, 당선무효형 선고가 나온 사건 36건 가운데 30건(83.3%)을 직접수사했다.
대검은 특히 내년 3월에는 지역 연고관계가 크게 작용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열리는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사건 수사에 투입된 일선 경찰 수사과가 내년 9월까지 조합장선거 사건에 파묻히면 사기·횡령 등 민생범죄는 장기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24년 22대 국회의원선거 등 이후 선거사건 수사에서도 6개월 단기 공소시효가 존재하는 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기능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사개특위에서 검사의 선거사건 직접수사개시 기능 존치와 함께 선거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검찰이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했다'며 기소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집단적 반발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당시 시국선언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어 정치적 중립성 침해로 기소해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라며 "201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의 경우 정파성·당파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성명서를 내거나 (검찰 내부망에) 글을 게시하는 행동도 판례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부패·공직자 범죄 나누기 어려워…9월이면 대장동·블랙리스트 수사 중단
대검 반부패·강력부(문홍성 검사장)는 개정안에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만 남고 공직자범죄 등이 빠진 상황을 재차 짚었다.
통상 부패범죄는 개정안에서 빠진 공직자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부패범죄 수사마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다.
대검은 부패범죄의 특성상 사건의 전문성과 복잡성, '호화' 변호인단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수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역시 문제로 짚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3년 대선자금 수사는 9개월이 소요됐고, 2018년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각각 2년 4개월과 5개월이 지나서야 결론을 얻었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올해 5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9월부터는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대장동 의혹이나 산업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 등 수사도 결론을 못 내리고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검 공판송무부(이근수 검사장)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의 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문제를 비판했다.
대검은 "검사의 수사권은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수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모든 행위"라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서 수사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죽하면 저희 공무원들이 '이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겠나"라며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보이스피싱 수거책 잡아도 조직 못잡아
대검은 최근 잇따르는 보이스피싱을 예로 들면서 "범죄조직 등 진범과 공범, 주범이 발견되면 신속히 인지한 뒤 체포하는 강제수사가 필요하지만 직접수사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1명짜리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을 조사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발견했더라도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를 벗어나게 되므로 수사할 수 없다. 피해자나 피해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범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혐의를 포착한 수사기관이 즉시 강제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사는 경찰이 보내준 내용 안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은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보완수사 요구가 가능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라고 했다. 설령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든 경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가 지연된다고 해도 검찰의 통제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고도 강조했다.
법조계는 이런 동일성 규정을 '검수완박' 법안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장애인과 아동 등 취약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 못 할 것이고, 스토킹범의 휴대전화에서 아동성착취물이 발견돼도 수사 못 한다"면서 "경찰이 다시 조사하는 동안 범죄자의 증거인멸과 도망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여야 양당은 전날 논의를 거쳐 '동일한 범죄사실'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일방 처리 강행으로 회의장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수정사항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합의 이전의 조항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 선거범죄 수사 결국 검찰 배제…내년 3월 조합장 선거·2년뒤 총선
대검은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 범위에 있었다가 개정안에서 제외된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 등도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개정안은 선거범죄에 한해서 올해 12월 31일까지 '검수완박'을 유예한다는 별도 규정을 추가했지만 선거사건 수사가 검찰의 손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검 공공수사부(이정현 검사장)는 "6개월의 공소시효, 난해한 선거법, 경찰업무 폭증, 더딘 수사진행에 따른 부실수사 우려 등 문제의 대안 없이 '정치권 치외법권화' 비판만 모면하기 위해 선거범죄 수사의 혼란 시점을 2023년 1월로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은 2008년 18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당선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29건 중 95건(73.6%)을, 당선무효형 선고가 나온 사건 36건 가운데 30건(83.3%)을 직접수사했다.
대검은 특히 내년 3월에는 지역 연고관계가 크게 작용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열리는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사건 수사에 투입된 일선 경찰 수사과가 내년 9월까지 조합장선거 사건에 파묻히면 사기·횡령 등 민생범죄는 장기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24년 22대 국회의원선거 등 이후 선거사건 수사에서도 6개월 단기 공소시효가 존재하는 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기능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사개특위에서 검사의 선거사건 직접수사개시 기능 존치와 함께 선거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검찰이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했다'며 기소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집단적 반발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당시 시국선언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어 정치적 중립성 침해로 기소해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라며 "201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의 경우 정파성·당파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성명서를 내거나 (검찰 내부망에) 글을 게시하는 행동도 판례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 부패·공직자 범죄 나누기 어려워…9월이면 대장동·블랙리스트 수사 중단
대검 반부패·강력부(문홍성 검사장)는 개정안에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만 남고 공직자범죄 등이 빠진 상황을 재차 짚었다.
통상 부패범죄는 개정안에서 빠진 공직자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부패범죄 수사마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다.
대검은 부패범죄의 특성상 사건의 전문성과 복잡성, '호화' 변호인단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수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역시 문제로 짚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3년 대선자금 수사는 9개월이 소요됐고, 2018년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각각 2년 4개월과 5개월이 지나서야 결론을 얻었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올해 5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9월부터는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대장동 의혹이나 산업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 등 수사도 결론을 못 내리고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검 공판송무부(이근수 검사장)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의 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문제를 비판했다.
대검은 "검사의 수사권은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수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모든 행위"라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서 수사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죽하면 저희 공무원들이 '이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겠나"라며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