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선물가격 급등…주스 가격마저 오르나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과 미국에서 작황 부진으로 오렌지 수확량이 줄어들자 오렌지주스 선물 지수가 급등세다. 올들어서만 20% 이상 뛰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렌지를 원료로 음료를 만드는 식품회사들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28일 미국 인터컨티넨탈 거래소(ICE)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7월물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은 1파운드당 172.05센트에 마감했다. 올들어서만 23%, 한 달 전에 비해서도 15% 이상 올랐다. 지난 18일에는 180센트를 넘기며 2017년 이후 5년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최근 한 달간 급등한 오렌지선물> (자료 : ICE)
올해 미국 오렌지 수확량이 7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선물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농림부는 지난 1월 올해 미국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수확량 전망치를 재차 낮추면서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2017년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망이 정확하다면 올해는 1945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이 생산된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유명하지만 생과즙 주스로는 플로리다산이 사용된다. 플로리다산 오렌지는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다. 껍질이 얇고 과즙이 많아 주스용으로 제격이다. 캘리포니아 오렌지는 플로리다산보다 과즙은 적지만 모양이 예뻐서 생과일 형태로 판매된다. 껍질이 두꺼워서 유통 과정에서도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감귤녹화병이 퍼지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관측된다. 감귤녹화병은 해충을 통해 전파되는데 나무의 영양분과 수분 흐름을 막는 것이 특징이다. 감귤녹화병에 걸린 오렌지 나무의 과실은 익지 않고 초록색으로 변한다. 과실이 쉽게 쪼그라들어 수확기 이전에 나무에서 떨어진다. 나무에 끝까지 붙어있다고 해도 과실에서 쓴맛이 나 상품성을 잃는다.
감귤녹화병에 걸린 오렌지
또다른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도 작년 가뭄 여파로 오렌지 생산이 감소할 전망이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과실이 충분히 커지지 못할 뿐더러 껍질도 두꺼워진다. 생산량을 유지해도 품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렌지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미국
오렌지 가격 상승에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풀무원 등 국내 음료 회사들의 주스 생산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음료업체들은 매년 수요예측을 통해 6개월~1년치 물량을 사전에 계약해두기 때문에 당장 재고부족 문제를 겪진 않는다. 다만 오렌지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면 판매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하는 상황이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수입 오렌지 시세가 연초 대비 20~30% 올랐다”며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렌지 가격 변동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비닐 등 포장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업체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