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은 예금으로…국민銀 '이자 수익' 짭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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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 176조 '최다'금리가 연 0.1~0.3%에 불과해 은행에 유리한 저원가성 예금을 국민은행이 신한·우리·하나은행보다 최대 45조원 많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적은 이자를 주는 예금이 많을수록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가 확대돼 은행은 더 많은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저이자 통장을 쓸 수밖에 없는 서민과 소상공인이 맡긴 돈으로 국민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구불예금 많으면 예대금리差↑
더 많은 이자수익 낼 수 있어
국민銀, 순이자마진도 제일 높아
1분기 이자로만 2조1000억 벌어
"서민·소상공인 예금으로 손쉽게 돈 번다" 비판도
○이자 없는 공짜 예금 두둑한 ‘국민’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요구불 예금(저원가성 예금) 규모는 176조원에 달했다. 금리가 연 0.10%에 그치는 핵심 예금 154조원과 금리 연 0.10~0.35%인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MMDA) 22조원을 합한 수치다.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이런 요구불 예금은 금리가 매우 낮다. 통장 잔액이 500만원 미만일 경우엔 아예 이자를 한 푼도 주지 않는 상품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국민은행이 고객들로부터 유치한 전체 원화예수금(333조2000억원)의 52.8%에 이른다.신한은행의 요구불 예금 규모는 149조원으로 국민은행에 비해 27조원 적었다. 요구불 예금이 전체 원화예수금(34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8%로 국민은행보다 10%포인트 낮다. 우리은행(146조2000억원) 하나은행(130조4000억원)의 요구불 예금액과 비교해서도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액은 독보적이란 평가다.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이런 요구불 예금 차이는 올 1분기 이자이익 규모 차이로 이어졌다. 국민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1396억원으로 신한은행(1조8523억원)보다 2873억원 많았다. 국민은행이 27조원 많은 저원가성 예금을 외부에 대출하는 과정에서 신한은행보다 1%만 높은 수익률을 거두면 2700억원 더 많은 이자이익을 낼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국민은행은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공짜 예금을 다른 은행보다 27조~45조원 더 깔고 앉아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액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금리 오를수록 이자수익 커질 듯
국민은행의 막대한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권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순이자마진(NIM)에서도 나타난다. NIM은 은행의 자산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저원가성 예금이 많을수록 조달 비용은 적기 때문에 NIM이 높아지는 구조다.올 1분기 국민은행의 NIM은 1.66%를 기록했다. 신한(1.51%) 하나(1.50%) 우리(1.49%) 등 3개 은행과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엔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이 두둑한 국민은행의 이자수익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하지만 국민은행의 뿌리가 서민금융에 있다는 점에서 막대한 저원가성 예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1963년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문을 연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서민과 소상공인 고객이 많다. 생활비나 가게 운영비가 현금으로 필요한 탓에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으로 수십 년째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