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소 키워…커피 한잔값에 등심 판다[박종관의 유통관통]

비즈스토리
'한우값 거품' 빼는 킴스클럽

34세 축산부문장에 전권 위임
송아지 110마리 구매, 위탁사육
농가→도매→소매 유통마진 줄여
기존 마트보다 20% 싸게 판매
"할인행사 땐 100g에 4500원"
< “킴스클럽 소예요” > 킴스클럽이 송아지를 위탁사육 중인 전남 장흥 축산농가에서 27일 송아지들이 사료를 먹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제공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킴스클럽이 한우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송아지를 직접 매입해 키워 판매하는 유통 실험에 나섰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마트도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도전이다. 축산농가, 도축장, 경매장 등 유통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치솟는 구조에 메스를 대 1등급 한우 등심 100g을 커피 한 잔 가격에 선보이겠다는 게 킴스클럽의 목표다.

유통 거품 뺀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킴스클럽은 지난달 송아지 110마리를 매입해 사육을 시작했다. 대형마트가 송아지를 직접 사들여 키우는 건 킴스클럽이 처음이다.
송아지 사육은 전남 장흥의 폐사 위기 축사에 맡겼다. 킴스클럽의 축산 전문 상품기획자(MD)가 장흥에 상주하며 송아지를 함께 돌본다. 킴스클럽이 송아지 사육에 나선 것은 소고기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는 ‘축산농가→도축장→중도매인(경매장)→가공업체→소매점’으로 이어지는 다섯 단계 유통구조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단계를 거칠 때마다 비용이 늘어나 비싼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킴스클럽은 송아지를 직접 키워 판매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한우 가격을 기존 대형마트 대비 2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00g당 1만2000원 수준에 판매하는 1등급 한우 등심은 9000원대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일 기간에는 가격을 더 낮춰 4500원 수준에 판매하는 게 목표다. 킴스클럽 관계자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면 자연스럽게 가격 군살이 빠지게 된다”며 “1등급 한우 등심을 커피 한 잔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킴스클럽은 송아지 매입을 늘려 올해 한우 1000마리를 사육할 계획이다. 2년 내 킴스클럽 연간 한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직접 사육해 공급할 예정이다.

30대 직원에게 프로젝트 맡겨

킴스클럽의 한우 직접 사육 프로젝트는 34세의 젊은 MD 장두강 축산부문장이 이끌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에선 매장 관리자나 현장 바이어를 할 나이와 경력이지만 킴스클럽에선 장 부문장이 축산 부문을 이끌며 이 프로젝트까지 총괄하고 있다. 장 부문장은 전국의 한우 경매장을 돌면서 유통과정을 살펴보다 ‘왜 한우는 비싸고, 비싼 판매 가격에도 농민들은 왜 항상 힘들어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직접 사육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젊은 MD의 ‘도전’이 현실화한 데엔 이랜드그룹 전체가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뀌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3040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하며 이랜드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공동 대표인 안영훈·윤성대 대표 역시 모두 1981년생으로 올해 41세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권한을 위임하고, 성과를 내면 철저하게 보상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젊은 직원들의 색다른 아이디어가 현장에 실현되고, 이 게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

다른 마트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킴스클럽도 달라지고 있다. 신선식품만큼은 이마트와 마켓컬리 등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킴스클럽의 전체 매출 중 신선식품 비중은 40%에 달한다. 다른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판매 비중이 25% 수준이다.신선식품 경쟁력을 앞세워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던 매출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킴스클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9300억원) 대비 9.7% 줄어든 8400억원에 그쳤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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