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 자산 건전성 관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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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兆 채권, 시가평가로 변경 영향국내 5위 생명보험회사인 NH농협생명의 자본이 석 달 만에 3분의 1 이상 줄면서 자산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급락한 탓이지만,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판단으로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상승하며 평가손 급증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자본총계는 2조3245억원으로 작년 말(3조9855억원)보다 1조6610억원(41.6%) 급감했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난달부터 부랴부랴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자본을 1조원 이상 확충했지만 역부족이었다.이렇게 된 것은 농협생명이 2020년 3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34조원어치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매도가능증권은 언제든지 팔 수 있기 때문에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 하락기엔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농협생명이 채권을 재분류한 2020년 3분기 RBC 비율은 314.5%로 전 분기(193.5%) 대비 121%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르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할 때 보유 채권 전량을 바꿔야 하고 3년간 되돌릴 수 없다. 그때그때 채권 재분류로 회계장부를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하려는 경영진의 유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장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당시 농협생명 경영진이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가 1%포인트 넘게 뛰는 지금의 국면을 예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할 대형 보험사가 회계 재분류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활용해 초저금리에 베팅한 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