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무제한 토론' 돌입…민주 '회기 쪼개기'로 맞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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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해지는 여야 '강대강' 대립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해 '회기 쪼개기' 전술을 선택해 맞불을 놨다. 일종의 '살라미 전술'인 회기 쪼개기는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종료되면 토론도 종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회기에 관련 법안을 자동으로 상정하는 국회법을 활용한 방법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약 2주 앞둔 가운데, 여야 간 '강대강'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회기 오늘(27일) 자정 종료안 '가결'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무력화
두 차례 더 본회의 열릴 전망
30일 검찰청법·내달 3일 형소법 처리할 듯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개최하고 첫 안건으로 '임시회 회기결정의 건'을 상정했다. 이는 지난 6일부터 내달 5일까지 총 '30일'로 돼 있던 4월 임시회 회기를 이날 자정으로 단축하기 위해 민주당이 꺼내든 수정안이다. 이 안은 재석 212명 중 찬성 143명, 반대 65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즉, 이에 따라 이날 자정이 되면 회기가 종료되고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박 의장은 이어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이날 본회의를 포함해 향후 2번의 본회의가 더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일 뒤인 오는 30일, 자동으로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뒤, 또 한 번 회기를 그날 자정으로 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방법을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또 한 번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또 사흘 뒤인 내달 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의 종결은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180석)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171석의 민주당으로서는 자당 출신 무소속 5~6석,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찬성 입장을 밝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을 모두 합쳐도 180석이 되지 않아 정의당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입장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필리버스터가 소수정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제도인 만큼,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의 반론권을 묵살시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결정시까지 국회 본회의 부의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정국에 변수가 될 수 있다.국회 법사위 소속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내려진 안건조정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방금 전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민 의원이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 위원으로 왔다"며 "어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심의한 안건은 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발의했던 법안들 2건을 심사하는데, 본인이 또 야당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건조정위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분이 위법이고 무효라는 헌재 출신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했다.
가처분 신청인인 전 의원과 유상범 의원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민 의원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대표발의자이자 그 발의 후 제1 교섭단체에서 탈당한 자로서, 안건조정위 심의를 위한 제1 교섭단체에 대한 반대 교섭단체나 비교섭단체로 선임할 수 없는 자로 안건조정위 구성에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신청인들은 국회법상 심의, 표결권을 명백히 침해받게 됐고, 위 각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 신청인들의 권한 침해는 회복할 수 없다"며 "절차 하자를 바로잡아 충분한 심의를 하면 될 것이고 위 법안을 의결해야 할 긴급한 이유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가처분신청은 인용돼야 마땅하다"고 적었다.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갑자기 추미애·박범계 두 장관께서 검찰 특수부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검찰이 자신들의 칼과 창의 역할을 할 때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늘려줬다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자 대폭 축소하면서 검찰 무력화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던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검찰 길들이기'를 실패하니까 이제는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다. 내가 가질 수 없으면, 취할 수 없으면 없애버리겠다는 게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태도라고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권 인수 시기에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이겠나. 대통령 권력으로 간신히 틀어막고 있었던 지난 5년 동안의 민주당의 부정부패 실체가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6명의 정의당 의원에게도 검수완박 통과 및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반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정의당의 노선 정강·정책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정의당이 그동안의 소수정당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것을 인정한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정의당의 자세를 존중한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들고나왔을 때 정의당은 단호히 반대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모습을 보면서 정의당답다는 말씀을 많이 했다"고 했다.그러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의 최대 피해자는 약자다. 일반 서민이 중대범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은 거의 없지만, 권력형 범죄의 피해는 약자에게 더욱 무겁게 돌아간다"며 "정의당 의원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왔던 정의당은 당연히 민주당의 악법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