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첫타자 권성동 "檢 껍데기만 남겨"…2시간3분 발언

원내대표로서 스타트 끊어…"누가 가장 큰 이익보나, 바로 민주당"
민주당 김종민, 입법 찬성 토론으로 응수
국민의힘이 27일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이달 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후 검수완박 법안 협상을 총지휘해 온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1분께 법안이 상정되자 1번 주자로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의 스타트를 끊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권 원내대표는 이후 7시 14분까지 2시간 3분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에,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며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주장했다.민주당을 향해서는 "여러분들 동의 못 한다면 늦지 않았다. 검찰 수사권을 뺏지 말라"며 "검찰로 하여금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 비위를 제대로 수사하고 파헤치도록 놔두십시오. 왜 이렇게 자신이 없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재판정에서 외쳤던 '쿠이 보노(Cui Bono·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인용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신성한 본회의장에서 쿠이 보노를 외치지 아니할 수 없다"며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입니까. 제가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다. 바로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사람, 문재인 정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정치인들, 고위 공직자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본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는 발언도 거론했다.

권 원내대표는 "누가 감옥에 갈 사람인지 말씀 좀 해달라. 20명을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검찰을 수사 기관이 아닌 수사 불능 기관으로 만드는 게 바로 검수완박의 본질이자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앞서 자신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데 대해서는 "희대의 악법을 몰아붙이는 거대 정당의 폭주 앞에 결단해야만 했다"며 "지연전술을 통해 차악이라 할지라도 반전의 계기를 심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기 있는 정치보다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제 나름의 결단이었다"며 "그러나 중재안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국민이 질책하면 사과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연설 중간 중간 국민의힘의 응원 구호와 민주당의 항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2시간에 걸친 권 원내대표의 토론이 끝나자 국민의힘 의원 20명 안팎이 본회의장을 우르르 빠져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마친 소감을 묻는 말에 "뭐 대단한 거 했다고 소감을 이야기하나"라면서 "검수완박법의 문제점과 폐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국민께서 좀 더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이후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검수완박' 입법 찬성 토론을 이어받았다.이후 국민의힘 김웅, 민주당 안민석, 국민의힘 김형동,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순서로 발언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