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도 가능"…경기 어려운데 물가충격 우려

연준 긴축에 달러화 강세 기조 지속…금주 들어 30원 넘게 급등
"고환율 물가상승 자극"…경기엔 복합적 영향 미칠 듯
원화값이 예상치 못한 속도로 연일 가파르게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서 물가 등 국내 거시경제 여건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300원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연준 긴축에 유럽 경기둔화 우려까지…달러 강세 지속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72.5원에 마감하며, 이번 주 들어서만 33.4원 급등했다.

지난 26일 달러당 1,250선이 뚫린 뒤로 원/달러 환율은 27∼28일 양일간 20원 넘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달러화 강세에 기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전날 러시아가 유럽 일부 국가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따라 유로화가 약세를 보여 달러화 강세 압력을 더했다.

지난밤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러시아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하지 않았다면서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약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과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는 것도 원화에는 동반 약세 압력을 가져오고 있다.
◇ "심리적 저항선 1,250원 뚫려…단기적으로 1,300원 가능"
시장 전문가들은 강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250원 선을 내준 만큼 달러당 1,300원 선까지 환율이 단기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다만, 대내외 금융환경과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고환율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기술적 매매는 50원 단위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1,250원 선이 뚫린 만큼 1,300원 선까진 상단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달러당 1,270원 선을 넘어 중요한 선에 도달했다"며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으로 록다운(봉쇄) 상태에서 환율이 1,280원 선까지 갔는데 지금 원화도 그때 당시의 (약세) 강도를 받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달러당 1,280원 선을 돌파할 수는 있겠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달러당 1,300원 선은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충격이 있었을 때야 도달했던 수준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고유가에 고환율까지…물가상승 이중 부담
예상치 못한 고환율 지속이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년 전인 2021년 4월 28일 원/달러 환율 수준은 달러당 1,113.0원으로 현재보다 159.5원이나 낮았다.

1년 새 달러화에 견준 원화 약세 폭은 14.3%나 된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도 상승 압력을 미친다.

달러화 표시 가격은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환율 효과만으로 원화 표시 가격이 1년 전 대비 14.3%나 오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하는 상황이다.

다만, 원화 약세는 달러화 표시 수출 가격을 낮춰 국내 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용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중국, 일본의 통화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는 국면이기 때문에 원화도 비슷하게 보조를 맞춰 약세로 가는 것은 수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장률 전체로 보면 현재 환율 수준이 그리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고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문홍철 연구원은 "환율이 1년 전보다 15% 정도 오르면 물가에는 약 1%포인트 상승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유가 상승 여파까지 고려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려면 원화 약세를 가져온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종합적으로 어떤지를 봐야 한다"며 "미국의 통화 긴축, 유럽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