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국 골목가게도 폭격…"10년 만에 장사 접었습니다"

"4500원 떡볶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밀가루·식용유까지 '가격급등'

인니 팜유 수출 중단 파장, 우크라 사태까지
식용유·밀가루·계란 각종 식사재값 급등
자영업자들, 사재기에 가게 폐업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밀가루 값도 엄청 올랐는데 식용유도 대란이네요. 4500원짜리 떡볶이 한 그릇 팔아봐야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경기 김포시의 학원가 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 씨는 최근 재료값 때문에 고민이 많다. 밀가루는 물론 식용유값까지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큰 문제다. 그는 장사 20여년 만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최근 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다 세계 1위 팜유 수출국 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식용유와 원료물질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자영업자들 한숨이 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물류대란에 이어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까지 겹치면서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라서다. 자영업자들은 식자재를 사재기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모 씨(44)는 최근 업소용 식용유 5통을 미리 사뒀다. 작년 초 한 통(18L)에 평균 22000원이었던 업소용 콩식용유 가격이 5만원 내외까지 2배 넘게 올랐다. 박 씨는 "지금도 많이 올랐지만 발주처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해 불안하다. 식자재를 미리 사두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골목. /연합뉴스
팜유는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 등에 쓰이는 식물성 유지로 팜유 가격 상승은 식용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식품 물가를 위협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팜유 가격은 최근 원자재값 상승과 전쟁으로 인한 주요 식물성 유지 수출국의 생산 부진 등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 팜유 가격은 1453달러에 이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로 1년 전(1034달러)보다 수입 단가가 40.6% 상승했다.

팜유 뿐만이 아니다.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사료용 곡물 수입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전 분기 대비 5.8%(추정치) 올랐으며 2분기에는 13.6%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 여파로 국내 계란값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특란 30알의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은 7008원으로 이달 초 가격(5일 6300원)보다 약 10% 상승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에서 10년 넘게 빵집을 운영한 윤모 씨(43)는 올 초 아예 가게를 접었다.

2~3년 전만 해도 리모델링까지 하며 가게 규모를 확장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원자재 값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크림빵, 단팥빵 등 품질 좋은 빵을 개당 500~7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점이 윤 씨가 앞세웠던 가게의 경쟁력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빵으로 승부했는데 재료값이 너무 뛰니 더 이상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음식점업을 영위한 개인사업자 75만1008명 가운데 13만5926명이 폐업을 선택했다. 음식점업 개인사업자의 폐업률 18.1%는 전산업 평균(10.9%)보다 7.2%포인트나 높았다. 원자재값이 크게 뛴 올해 수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