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통해 본 이방인의 정체성과 고민···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애프터 양'은 '다름'을 중요한 주제로 다룹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존재를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사진)의 주연 배우 저스틴 민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먼 미래에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 '양'이 가족과 함께 살다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애플TV플러스 '파친코'를 선보인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양은 제이크(콜린 패럴)와 카이라 부부 (조디 터너·스미스)가 중국에서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중고로 구매한 로봇이다. 양은 가족들이 아무렇지 않게 했던 말과 행동으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저스틴 민은 "대본을 받고 감동해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었다"며 "코고나다 감독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했고 그런 얘기들이 영화에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양이 겪는 고민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제가 고민하는 것과도 결이 비슷해요. 미국에서 한국인 가족과 살고, 한국 사람처럼 보이고, 한국말도 조금은 할 수 있지만, '이게 과연 진짜일까'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양은 인간성에 대해 연구하기도 한다. "코고나다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양이 얼마만큼 로봇처럼 보여야 하고 인간적이어야 하는지를 물었지만, 답을 해주지 않았어요. 촬영을 해나가면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양, 그리고 이를 연기한 저스틴 민은 인간 자체 보다 관계성에 주목한다. "여러 작품에서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다뤄 왔잖아요. 제가 해석한 양은 자신이 필요한 존재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기쁨을 느껴요. 제가 생각하는 인간성이란 그런 겁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음달 7일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56개국의 217편에 달하는 영화가 상영된다. 코고나다·이창동 감독 등 국내외 유명 감독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