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러시아 ETF, 상폐 위기 모면했다

한투운용 "ETF 상장유지키로…NAV 회복은 어려워"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러시아 증시 위험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관련 지수 산출방식 변경으로 상장폐지 위험이 발생했던 'KINDEX 러시아MSCI(합성)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이 유지된다. 매매거래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거래정지 해제 시 별도의 시장 안내가 있을 전망이다.

2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사 홈페이지에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 투자자 안내'를 공지하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일련의 러시아 경제위기로 이 ETF 운용과 관련해 국가 위험, 장외파생상품 위험, 상장폐지 위험 등이 발생했다"며 스왑(Swap) 거래 상대방 등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스왑 계약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ETF는 MSCI가 산출하는 'MSCI Russia 25% Capped Index'를 원화로 환산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다. 추종지수 구성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실물복제형 ETF와 달리, 합성형 ETF인 이 상품은 거래상대방(증권사)과의 스왑(정해진 시점에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지수 성과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올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실행했다. 외국인의 러시아 주식 매도 금지,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거래중단 등의 상황이 이어졌다. MSCI는 3월 9일부터 MSCI가 발표하는 모든 지수에서 러시아 주식가치에 0.00001 값(달러 또는 루블)을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MSCI의 러시아 주식가치 변경 적용에 따라 이 ETF의 기초지수 종가는 3월 8일 7499.76포인트(pt)에서 같은달 10일 0.02pt로 하락했다. ETF 1좌당 순자산가치(NAV)도 같은 기간 1만1051.02원에서 158.11원으로 감소했다.이런 가치 하락과 러시아 관련 글로벌 금융상품의 청산 및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의 거래 불능 상황은 스왑 계약에서 거래상대방과의 거래를 종료시키는 '시장교란'에 해당한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거래상대방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스왑 거래를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용가능한 자산 범위 내에서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거래상대방과의 스왑계약 연장은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헤지 자산 범위 내에서 가능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 스왑계약의 명목금액 대비 28.8% 수준에서 스왑계약 유지·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상대방은 기존에 헤지를 위해 선물(Eurex MSCI Russia Futures)을 약 71.2%, 미국 상장 러시아 ETF(iShares MSCI Russia ETF·ERUS)를 약 28.8% 활용했다. 선물이 지난 3월 상장폐지된 데 따라 스왑계약에서 선물로 운용되는 부분은 청산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RUS로 운용되는 잔여 범위(28.8%) 내에서 계약을 연장했다.

스왑 계약 규모가 기존 계약의 약 28.8%로 축소되면서 기초지수가 과거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ETF의 NAV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회사는 전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월 8일 7499.76pt에서 3월 10일 0.02pt로 떨어진 기초지수가 1000pt 수준으로 올라오더라도 이 ETF의 NAV는 약 900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지수가 3000pt로 회복될 경우의 ETF NAV 추정값은 1700원 수준이다. 기초지수가 3월 8일 수준과 유사한 7000pt로 회복되더라도 이 ETF의 NAV는 3300원 수준이 된다.한편 러시아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이 상품과 관련한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부했다. 러시아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더라도 MSCI가 러시아 주식에 적용하는 가격 체계(0.00001)를 원상으로 복구하지 않는다면 이 ETF의 성과는 러시아 시장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외파생상품(스왑) 위험과 상장폐지 위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러시아 금융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괴리율과 추적오차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 종목은 지난 3월 7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매매거래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거래 정지 해제 시 별도 안내가 있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회사는 ETF 운용 관련 중대 결정이나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공시와 운용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추후 공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산운용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앞으로도 고객 가치 지향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