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판 확보" vs "없는 위기 노출"…불붙은 한·미 통화스와프 논쟁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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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장중 1270원대로 급등하는 등 오름세가 가팔라지자 '셀 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공식화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환율도 급등했다"며 "2021년 중단된 한·미 통화스와프와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등 본격적인 한·미·일 경제협력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6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단기간에 201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그해 10월 한국은행은 Fed와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통화스와프 효과는 컸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전날인 2008년 10월 29일 원·달러 환율은 1420원이었다. 체결 당일 원·달러 환율은 1269원으로, 하루 만에 151원이 떨어졌다.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8년 10월 27일 699bp(1bp=0.01%)에서 협정 체결 이후 394bp로 급락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의 신용도는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동아줄'이 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한국과 미국은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당시 Fed는 한국과 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129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협정 체결 소식에 1240원대로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는 세 차례 연장됐지만 지난해 12월 끝내 재연장은 이뤄지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28일 장중 1271원80전까지 치솟았다. 지난 27일 14원40전 급등한 1265원20전을 기록한 뒤 하루 만에 1270원대를 돌파했다. CDS 프리미엄도 연초부터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 1월 3일 21.29bp였던 CDS 프리미엄은 전날 39.42bp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중국의 봉쇄가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한 달 사이 10bp나 뛰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역시 안심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기준 4588억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8% 수준으로, 대만(90%), 홍콩(140%), 싱가포르(120%) 등과 비교해도 부족하다는 게 한·미 통화스와프 재추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요 근거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상승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통화 비교해도 원화 절하율은 가파르지 않다는 게 근거다. 예컨대 코로나19 펜데믹이 공식화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근까지 원화 절하율(가치 하락)은 -5.43%였다. 이 기간 달러 대비 엔화는 -17.41%, 유로화 -6.20%로 각각 가치가 떨어졌다. 유로 등 세계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 기간 5.64%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원화를 보면 1월 기준으로 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2월 말 기준으로 보든 달러 인덱스 상승한 것에 비해 원화 환율이 절하된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며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엔화가 굉장히 많이 절하됐지만, 우리의 경우 다른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이나 유로화 등 다른 기타 화폐에 비해서 크게 절하가 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였다. 수출 증가율이 4%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0%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웃돈 수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위기는 없는데 위기가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자체가 위기 상황에 대비한 통화 교환 계약"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추진되면 당장 좋을지는 모르나 시장에서 모르는 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Fed가 추가적인 통화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 5개 국가와만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하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보다 클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이 고꾸라지면 한국 경제의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공식화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환율도 급등했다"며 "2021년 중단된 한·미 통화스와프와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등 본격적인 한·미·일 경제협력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판 역할 한 한·미 통화스와프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을 말한다. 외환보유고가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한국 경제의 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2008년 금융위기 당시 26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단기간에 201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그해 10월 한국은행은 Fed와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통화스와프 효과는 컸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전날인 2008년 10월 29일 원·달러 환율은 1420원이었다. 체결 당일 원·달러 환율은 1269원으로, 하루 만에 151원이 떨어졌다.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8년 10월 27일 699bp(1bp=0.01%)에서 협정 체결 이후 394bp로 급락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의 신용도는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동아줄'이 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한국과 미국은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당시 Fed는 한국과 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뉴질랜드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129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협정 체결 소식에 1240원대로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는 세 차례 연장됐지만 지난해 12월 끝내 재연장은 이뤄지지 못했다.
◆"위기 대비에 필수"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악재가 한국 경제에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재추진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원·달러 환율은 28일 장중 1271원80전까지 치솟았다. 지난 27일 14원40전 급등한 1265원20전을 기록한 뒤 하루 만에 1270원대를 돌파했다. CDS 프리미엄도 연초부터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 1월 3일 21.29bp였던 CDS 프리미엄은 전날 39.42bp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중국의 봉쇄가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한 달 사이 10bp나 뛰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역시 안심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기준 4588억달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8% 수준으로, 대만(90%), 홍콩(140%), 싱가포르(120%) 등과 비교해도 부족하다는 게 한·미 통화스와프 재추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요 근거다.
◆"없는 위기 노출하는 꼴"
반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맨털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상승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통화 비교해도 원화 절하율은 가파르지 않다는 게 근거다. 예컨대 코로나19 펜데믹이 공식화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근까지 원화 절하율(가치 하락)은 -5.43%였다. 이 기간 달러 대비 엔화는 -17.41%, 유로화 -6.20%로 각각 가치가 떨어졌다. 유로 등 세계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 기간 5.64%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원화를 보면 1월 기준으로 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2월 말 기준으로 보든 달러 인덱스 상승한 것에 비해 원화 환율이 절하된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며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엔화가 굉장히 많이 절하됐지만, 우리의 경우 다른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이나 유로화 등 다른 기타 화폐에 비해서 크게 절하가 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였다. 수출 증가율이 4%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0%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웃돈 수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위기는 없는데 위기가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 자체가 위기 상황에 대비한 통화 교환 계약"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추진되면 당장 좋을지는 모르나 시장에서 모르는 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Fed가 추가적인 통화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 5개 국가와만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하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보다 클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이 고꾸라지면 한국 경제의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