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아파트 1억 빠질 때 15억 껑충…굳어지는 '강남 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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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수도권 집값이 13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반등으로 돌아선 강남권에서는 한 번에 십수억원 뛴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매수자가 몰리면서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도 실효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넷째 주(25일) 기준 수도권 집값은 0.01% 하락했다. 1월 다섯째 주(31일)부터 13주째 하락했는데, 올해 누적으로 0.22% 내렸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14%, 경기가 0.27%, 인천은 0.09% 떨어졌다.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은 강남권의 반등에 힘입어 4월 넷째 주 0.0% 보합을 기록했다. 4월 들어 하락세를 끊고 보합으로 전환된 이후 4주째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집값이 보합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보유세 기산일을 앞둔 급매물 출현과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일부 재건축 및 초고가 단지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4월 넷째 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서초구(0.05%)다. 강북 14개 구는 용산(0.03%)의 상승세 지속에도 곳곳에서 매수 심리가 줄어들며 강북 전체가 0.01% 하락했다. 강남 11개 구는 반포·방배동 초고가 단지 위주로 상승한 서초구와 대치·도곡동 매수세로 상승한 강남구(0.03%)에 힘입어 0.01% 올랐다.
신고가 거래도 나왔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76㎡(68평)는 지난 20일 5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거래인 2020년 6월 43억원에서 15억원 급등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대치동을 마주하고 있다.도로 하나를 경계로 전·월세를 낀 갭투자가 가능한 곳이기에 대치동의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수요자만 들어갈 수 있어 도곡동, 서초동, 반포동 등 인접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허제'엔 현금 부자·비켜난 곳은 갭투자…'강남 불패'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인 거래와 급격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토지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지정·운영하는 제도다.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 상가, 토지를 거래할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실거주 거래만 허용되고 있다.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거듭 등장하는 상황이다. 4월 넷째 주에는 대치동 '대우아이빌명문가' 전용 35㎡(3억3300만원), LH삼성도시형생활주택 전용 27㎡(4억1000만원) 등이 신고가를 썼다.이달 들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압구정·삼성·대치동에서 체결된 신고가 거래만 따져도 10건에 달할 정도로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토지거래허가구역 주변 지역으로는 갭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가격이 오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매물이 줄고 실거주 가능한 현금 부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뛰었다. 결국 규제 여부와 관계없이 강남 집값이 상승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강남 집값 오를 때 외곽은 하락…'똘똘한 한 채' 심화
강남 집값이 오르는 동안 수도권 외곽 집값은 지속 하락하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인천은 하락과 보합을 거듭하며 13주째 약세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주에는 매물 적체가 심화된 서구가 0.08% 하락했고 연수구와 동구도 구축 위주로 각각 0.04%, 0.03% 내렸다.경기는 13주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주에도 성남 분당구(0.05%)·고양 일산동구(0.04%) 등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1기 신도시 집값이 상승했지만, 오산(-0.14%)·화성(-0.08%)·시흥(-0.07%) 등이 하락하며 전체적인 하락세가 지속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오산 내삼미동(세교지구),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 매물 적체가 심화하며 전체적인 경기 집값이 내렸다"고 설명했다.일대 하락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화성시 반송동 '동탄솔빛마을경남아너스빌' 전용 128㎡는 이전 최고가 대비 1억3000만원 하락한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 '동탄동원로얄듀크2차' 전용 74㎡는 이전 최고가에서 1억원 하락한 6억1000만원에 지난 21일 매매됐고 같은 날 영천동 '동탄파크자이' 전용 99㎡도 최고가보다 1억1000만원 낮은 9억4000만원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자산시장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높아졌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돼 규제가 있더라도 핵심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