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현장에서,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유용하게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전국에서 처음으로 순경 공채 출신 현역 경찰관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부산 기장경찰서 일광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박정원(44) 경사. 박 경사는 지난 21일 발표한 제11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로스쿨 도입 이후 경찰 출신으로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배출돼 왔지만,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이 아닌 순경 공채 출신 경찰관이 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경사는 34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순경으로 임관해 지금까지 10여 년간 지구대와 기동대 등 현장에서 근무해왔다.
박 경사는 "형사사건 출동 현장이나 민원인들을 응대할 때 감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법조문을 들며 이해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쌍방 폭행 사건의 경우도 '내가 먼저 맞으면 싸워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법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런 필요성을 느낀 뒤 법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동아대 법대를 졸업한 박 경사는 경찰 임관 전 사법고시 1차만 두 번 합격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제적 사정이 어렵고 어린 자녀까지 있었던 터라 합격 때까지 공부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늦깎이로 순경 공채를 통해 경찰이 됐다.
박 경사가 2019년 로스쿨에 진학하며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인생에서 마무리 짓지 못했던 꿈에 대한 재도전이자, 더 나은 경찰관이 되기 위한 목표 설정이었다. 그는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눈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 열공,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등에 시달렸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배려해 준 직장 동료들과 긴 기간 자신을 묵묵히 뒷받침해 준 아내의 내조 덕분에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경사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토대로 경제, 지능 등 수사 파트에서 역량을 펼치고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며 "같은 관심을 가진 다른 경찰관들도 용기를 내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