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배우기’ 열풍 속 정공법 마케팅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코딩 교육 스타트업 ‘엘리스 코딩’
체계적 교육과정 어필 → 충성 고객 확보 전략
‘개인화’ 초점 맞춰 팬덤 형성 시도
지난해 게임사 크래프톤을 필두로 정보통신(IT) 업계의 개발자 연봉 인상이 줄을 이었다. 초·중·고교 코딩 교육은 의무화됐고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구인난이 지속되며 이들의 연봉은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자연스레 비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코딩 배우기’ 열풍이 불었고 코딩 교육 업체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단기간 고강도 집중 훈련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부트캠프(신병 훈련소)’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도 부상했다.이 가운데 2015년 창업한 코딩 교육 스타트업 ‘엘리스 코딩’이 발군의 행보를 보인다. 엘리스 코딩은 SK, LG, 현대자동차, CJ 등 재계 20위권 기업의 80%에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교육을 제공한 기관은 약 1000곳에 달한다. 작년 매출은 110억원을 달성하며 직전 해 대비 270% 증가하는 등 급격히 성장했다.

상황 1 과장 판치는 홍보
도전 1 정공법으로 접근

코딩 학원의 홍수 속에 ‘3개월 만에 끝냄’, ‘이거 하나면 완성’,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 취업 보장’ 등 자극적 메시지를 내건 경쟁 업체들의 홍보 문구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구들이 현실성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전공자가 몇달 만에 개발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CTO는 “개발을 속성으로 배우는 이들은 조금만 상황이 달라져도 변용·적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무에서 역량을 제대로 펼치려면 탄탄한 기초를 토대로 한 2년 이상의 훈련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리스는 솔깃한 홍보 문구 대열에 합류하는 대신 교육의 본질에 집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파급 효과가 느리더라도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어필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엘리스는 ‘엘리스 X K-Digital Training’ 코너를 통해 엘리스 수강생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수강생이 알려주는 부트캠프 활용법 등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기도 했다. 품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 교육 과정’ 마케팅 효과는 컸다. 엘리스 코딩에 따르면 실제 교육 과정의 브랜딩을 통한 홍보 효과로 지원자는 두 배 늘었고, 홍보비는 절반가량 절감했다.

상황 2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도전 2 학습자 중심 콘셉트로 브랜드 구축

엘리스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인공지능(AI) 연구실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딩 실습부터 온라인 화상 강의, 일대일 튜터링, AI 대시보드 등 자체 개발한 교육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 스타트업인데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기술력에 비해 일반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확실한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엘리스는 지난해 6월 PR, 기획, 디자인, 마케팅을 결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을 8명 규모로 꾸렸다. 그전까지 일반적인 초기 스타트업처럼 별도의 홍보 조직을 갖추지 못했던 엘리스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이 팀을 주축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과, 기술력 등 다양한 앵글을 통해 종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유튜브에 ‘채널 엘리스’를 개설해 실제 구직자 등이 필요한 정보성 콘텐츠를 제작했다. ‘엘리스 스타트업 커넥팅’ 코너가 대표적이다. 보이저엑스, 런드리고, 크몽, 째깍악어, 메가존클라우드 등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플랫폼 디자인에는 ‘우리 모두를 위한 교실’이라는 콘셉트를 도입했다. 엘리스 관계자는 “교실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우리 플랫폼을 교실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상황 3 레드오션 된 코딩교육
도전 3 ‘개인화’ 초점 맞춰 팬덤 형성

코딩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많아졌다. 엘리스는 이럴 때일수록 다수를 겨냥한 마케팅보다 개인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엘리스는 자사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현직 개발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고객 유입을 도모했다. 본질적인 개인의 이야기가 가장 거부감이 덜하다는 판단에서다. 유튜브 채널에 ‘개개인’ 코너를 개설해 현업 또는 예비 개발자에게 도움 되는 조언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외에도 엘리스 트랙 교육생에게 소속감을 고취하고 개발 실무에 필요한 용품으로 구성된 굿즈(텀블러, 메모장, 볼펜, 스티커, 마우스패드 등)를 제공하며 ‘엘리스 디지털 배움체’, ‘엘리스 디지털 코딩체’ 등 자체 폰트를 개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팬덤 형성을 유도했다.

엘리스 코딩 관계자는 “학습자, 교육자, 운영자 모두가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엘리스 브랜드 파워와 팬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제조업 제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도 그 품질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TV와 같은 가전 제품은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보고 그 자리에서 화질의 정도를 대략 평가할 수 있다. 제품 자체가 눈에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판매한다. 예를 들어, 사례에 소개된 엘리스 코딩과 같은 교육 서비스는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판매한다. 그런데, 여기서 전문성이라는 것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서비스를 제조업과 구분하는 가장 큰 본질적인 특징, 즉 서비스의 “무형성(Intangibility)”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마케터는 특별히 무엇을 더 잘해야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잘 판매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서비스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서비스 마케터는 서비스의 품질을 더 시각화하여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눈에 잘 보이는 ‘물리적 증거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 의사 선생님의 경우 전문성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대기실에 걸려있는 유명 의과대학의 학위증, 학회 회원 증명서, 깨끗한 인테리어, 의사 선생님의 가운, 볼펜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의료 서비스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좋은 물리적 증거가 될 수 있다.

혹은 나와 비슷한 다른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 역시 좋은 서비스 마케팅 전략이다. 서비스의 무형적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지각된 위험이 높은데, 다른 사람의 지지가 위험 인식을 낮춰주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엘리스 코딩의 경우에도 ‘3개월 만에 끝냄’, ‘이거 하나면 완성’, ‘취업 보장’ 등과 같은 의미 없는 메시지보다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전달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시각적 증거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같은 교육 과정을 수료한 다른 사람의 지지, 수강생의 프로젝트 결과물, 수강생이 알려주는 부트캠프 활용법, 수강생 인터뷰 등은 모두 잠재 소비자의 위험 인식을 낮춰주면서 눈에 보이는 좋은 증거물도 된다.

또한 엘리스 코딩 홈페이지에 보이는 평균 이수율, 코드 실행 수, 튜터 만족도와 같이 눈에 띄는 ‘숫자’ 역시 좋은 물리적 증거물이다. 특별히 계속해서 올라가는 ‘코드 실행 수’는 많은 수강생들이 엘리스 코딩 교육을 이용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라고 모두 같은 마케팅이 아니다. 따라서 서비스 마케터는 제조업과 다른 서비스 마케팅만의 본질적인 특징을 반드시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미국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사이먼은 전통적인 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기대효용이론에 따라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합리적 인간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행위자의 정보수집 및 처리 능력의 한계, 시간적 한계 등 다양한 제약하에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행동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역설했다.

제한된 합리성의 문제의식은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휴리스틱(heuristic)으로 발전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엄연히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이 고정관념이나 관습 등을 기반으로 불완전하고 비합리적 판단을 하는 것을 휴리스틱이라고 했다.

다시 사이먼으로 돌아가면, 사이먼은 인간이 주어진 제약에서 적당히 희생할 것은 희생하고 취할 것은 취한다는 의미로, 만족(satisfy)과 희생(sacrifice)을 합해 ‘satisfice’라는 말을 만들었다. 인간이 전통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선택(satisfice)’을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이먼의 주장은 1991년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가 제시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말로 연결된다. 이 말은 인간이 무엇인가를 인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코딩 교육 시장에서도 인지적 구두쇠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코딩이 중요하고 배워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코딩을 처음 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케이스스터디 기사처럼 이런 상황을 노려 ‘3개월 만에 끝냄’, ‘이거 하나면 완성’ 같은 솔깃한 홍보 문구를 내건 기업들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뇌리에 자리잡을 수 있는 ‘스티커 메시지’를 활용하는 전략인 셈이다.이런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효과가 지속되려면 소비자가 홍보 문구가 사실에 가깝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인지적 구두쇠로서 솔깃한 홍보 문구에 관심을 보였던 소비자는 ‘냉혹한 비평가’로 돌변한다.

이런 점에서 처음부터 정공법을 선택한 엘리스 코딩의 전략이 돋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실에 기반한 홍보가 지속적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엘리스 코딩은 비록 레드오션 시장이라 할지라도 소비자 신뢰를 획득한 공급자는 결국 선택받게 됨을 되새기게 해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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