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전문가 "일본 국채 투매로 1달러=500엔도 가능"

저명 경제학자 "금융완화 계속하는 한 엔화 약세 끝없이 계속될 것"
일본의 한 금융 전문가가 일본 국채 투매 현상이 발생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400~500엔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전설의 딜러'로 불리던 후지마키 다케시 전 모건은행(현 JP모건체이스은행) 도쿄지점장은 29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1달러가 400~500엔 수준이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참의원(상원의원)을 지낸 바 있는 그는 "엔화를 발행하는 일본은행이 채무초과(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2013년부터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아래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를 시작해 화폐를 찍어내 정부 재정을 떠받쳤다. 그 결과 대량의 저이율 (일본) 국채를 떠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시작돼 일본은행이 금융 긴축에 내몰리면 일본은행 자신이 보유한 (일본) 국채의 평가손실이 급격히 커져 사실상 자본잠식으로 간주하는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 해외 금융기관 중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계좌를 닫는 곳이 나온다"며 "이렇게 되면 일본에서 외환거래를 할 수 없게 돼 달러를 살 수단이 사라진다. 외국자본은 철수하고 일본 국채 투매 현상이 나타난다"며 극단적인 비관론을 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15엔 수준을 보인 엔·달러 환율은 최근 가파르게 올라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31엔대까지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약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수하는 일본은행이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일본에 위기이고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라며 이 상태로 방치하면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엔화 약세 속도가 빨라지는 '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현재 엔화 약세가 진행되는 것은 일본(완화)과 미국(긴축)의 금융정책 차이에 따라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이 원인"이라며 "일본은행이 지금의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하는 한 엔화 약세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국의 통화 가치를 지키는 것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일본은행이 그 사명의 원점으로 돌아올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