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12시 퇴근"…'주 4.5일제' 한국 기업 어디길래[김병근의 남다른中企]

4년째 주4.5일제 시행중인 슈프리마
사진=연합뉴스
2003년 8월29일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의미 깊은 날 중 하나입니다. 이날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때입니다. 이후 2004년 7월 금융·공공부문 공공기관에서 주5일제를 시범 시행한 이래 2005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당시 주5일제 시행 전만 해도 "나라 망한다" "시기상조다" 같은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주5일제는 이제 거의 모두에게 일상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17여년이 지난 2022년 4월. 주5일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주4일 근무제' 도입 준비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경제 규모 1위에 올라 있는 캘리포니아에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 500명 이상 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언제 이런 논의가 본격화될 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주5일제와 주4일제를 절충한 주4.5일제를 이미 시행 중인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보안 분야 강소기업 슈프리마가 주인공입니다. 이재원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일찌감치 2017년 하반기 주4.5일제를 시행하기 시작해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에 출근해 12시에 퇴근하는 게 핵심입니다. 한 주 근무시간이 36시간으로 주5일제 대비 4시간 적습니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실적을 보면 기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슈프리마의 2021년 실적은 매출 725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주4.5일제 시행 전인 2016년 대비 매출은 약 72.2%, 영업이익은 51.4% 증가했습니다. 페이스스테이션과 바이오스타 등 인공지능(AI) 기반 비접촉 발열 감지 및 얼굴 인식 솔루션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이들 제품은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일본 노무라 부동산,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등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대 5억원 무이자 주택 대출 지원', '이주비 및 생활 안정 자금 제공' 등 다른 복지제도도 평판이 좋습니다. 외부 심리 상담 업체와 제휴를 맺고 익명으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休프리마 심리상담'도 운영 중입니다. 육아기 단축 재택 근무제를 시행함으로써 육아기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2022년 청년친화강소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