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이 中 서쪽으로 간 까닭은…'동수서산' 신인프라 프로젝트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중국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작년 하반기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전력난을 기억하실 겁니다. 9월부터 거의 한 달 이어지면서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로 떨어졌죠. 중국이 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때는 전년 동기 대비를 기준으로 하는데,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는 4.9%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그닥 좋지 않았는데 전분기 대비로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분기 성장률 가장 일찍 내놓는 중국

선진국 GDP 공포 형태. 한국은행
잠깐 딴소리를 하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분기 GDP 증가율을 전분기 대비로 봅니다. 계절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나면 전분기 대비가 추세를 더 잘 보여준다는 거고요. 한국도 2006년부터, 당시에 선진국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주 지표를 전분기 대비로 바꿨습니다. 미국은 그냥 전분기 대비도 아니고 전분기 대비 연율이라는 걸 내놓는데, 연율은 이런 상황을 유지하면 1년 성장률이 이렇게 된다는 뜻이고 보통 곱하기 4를 한다고 합니다.

전년 동기 대비의 장점은 계산하기가 쉽고 개념적으로 익숙하기도 하다는 거죠. 그래서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들은 아직까지 전년 동기 대비를 주지표로 많이 쓰고 전분기 대비는 보조지표로 내놓습니다. 그래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나옵니다. 예전에는 한국이 전년 동기 대비를 쓸 때 한국이 가장 빨리 나왔는데 중국이 그걸 그렇게 부러워해서 한국에 와서 노하우를 배워갔다고, 한국은행 분들에게 들었습니다.

서부 생산 전기를 동부에서 소비

어쨌든, 작년 3분기 전력난이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그 원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이 2030 탄소정점, 2060 탄소중립한다고 석탄 채굴을 확 줄여버린 게 컸고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안해버린 여파도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구조적으로는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건데요. 뭘까요. 데이터 센텁니다. 좀 뜬금없죠. 여기에서 서전동송, 동수서산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텐센트 데이터센터
지난 1월에 싼샤댐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중국은 서쪽이 산, 동쪽이 평야입니다. 황허나 창장 이런 강들이 다 서쪽 산에서 발원해서 동쪽으로 흐릅니다. 수력발전은 높이 차이를 이용하니까 서쪽 산들에 있고요. 서쪽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동쪽으로 보내준다는 게 서전동송입니다. 서전동송은 중국 인프라 투자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 하납니다. 남부의 물을 북부로 끌어온다는 남수북조, 서부의 천연가스를 동부로 보내주는 서기동송 이런 말들이 있는데, 모두 대형 인프라 투자고요, 중국은 이런 대형 인프라 투자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고요.

데이터센터 몰리는 구이저우

동수서산은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에서 처리한다는 겁니다. 중국어로 숫자 수에 논거할 때 거자를 써서 수거, 슈쮜라고 하면 데이터라는 뜻이고 산은 계산할 때 산이죠.
애플의 구이저우 데이터센터
중국이 갖고 있는 큰 고민 중에 하나가 동서 간 격차입니다. 잘 사는 도시들은 대부분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동쪽이나 광저우 선전이 있는 남쪽 해안가에 몰려있죠. 서부와 동부 소득 격차가 러프하게 보면 두 배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한다고 하면 서쪽에 뭔가 하나씩 큰 거를 짓는데요.

최근에 서쪽에다 그야말로 때려지은 게 데이터센텁니다. 구이저우성은 예전에는 마오타이를 대표로 하는 술이랑 담배로 먹고 사는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중국 데이터 허브가 됐습니다. 애플, 퀄컴, 인텔, HP, 오라클 이런 외국 기업들이랑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같은 중국 테크기업들도 모두 구이저우에 빅데이터 시설을 지었습니다.
폭스콘 구이저우 데이터센터
구이저우는 산이 많아서 기후가 서늘하고, 그래서 데이터센터를 짓기 좋다고 합니다. 폭스콘은 산 두 개 사이에 윈드터널 형식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어서 자연 바람으로 냉각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만약 당신이 30년 전에 광둥성과 저장성에서 투자 기회를 놓쳤다면 지금 구이저우로 가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요. 광둥성은 중국에서 GDP가 가장 큰 성이고, 사실 GDP 2위는 장쑤성인데, 4위인 저장성에 알리바바 본사가 있으니까 이렇게 저장성을 꼭 넣어주는 재밌는 분이죠.
마윈의 구이저우 발언
처음에 전력난 얘기를 했는데, 서전동송이라고도 했죠, 서쪽에서 생산한 전기를 동쪽에 보내줘야 하는데, 구이저우 같은 데서 생산한 전기를 자기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다 쓰니까 동쪽으로 보내줄 전기가 부족해진 겁니다. 이게 중국 전력난의 큰 이유라고 하죠.

신 인프라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 차이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신기건, 신 인프라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도로나 건물 같은 기존 인프라가 아니라 5G통신망, 빅데이터, 특고압설비, 고속철도 이런 데다 투자하자는 겁니다.

시 주석이 이런 발표를 하면 각 성시 정부가 뒤따라서 투자 계획을 쏟아냅니다. 당시 수백억위안대 투자 계획이 나왔는데 데이터센터 투자가 1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습니다. 고속철도가 57%로 가장 높았고요.

지난 2월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공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년 말에 간쑤성, 구이저우성, 나이멍구자치구, 닝샤자치구 이렇게 네 곳을 먼저 4대 거점으로 지정했습니다. 나이멍구, 내몽고가 북쪽에 있긴 하지만 나머지 세 곳이 서쪽이니까 동수서산이란 이름에 걸맞는 지정이었는데요.
동수서산분포도. KOTRA
2월에 네 곳을 추가해서 거점을 총 8곳으로 만들었는데,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징진지, 상하이 중심의 창장삼각주, 광둥성홍콩마카오의 웨강아오, 충칭, 이렇게 새로 들어간 네 곳 중에서 충칭만 빼고는 동쪽이나 남쪽의 안 그래도 잘사는 동네들입니다.

이름이 동수서산인데 왜 동쪽에 세 개가 있나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스트리밍 서비스나 온라인 전자상거래 같이 속도가 중요한 데이터는 동쪽에, 그렇지 않은 데이터는 서쪽에 두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활용률은 낮아

IBM 표준 랙
데이터센터에는 당연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가 들어가겠죠. 옷장같이 생긴 기본 설치단위를 랙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에는 지난 2월말 기준 500만개의 랙이 설치돼 있습니다. 작년 말 415만개였는데 두 달 만에 85만개가 늘어났습니다. 대형 데이터센터에 랙이 만개에서 2만개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중국의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지 감이 오죠.

그런데 데이터센터를 실제 활용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 50% 수준입니다. 동부가 65%로 비교적 높고 서부 데이터센터들은 대부분 40%가 안 됩니다. 중앙정부가 신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니까 지방정부나 대형 국유기업들이 얼마나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고요.

이번에 데이터센터 허브를 지정한 것도 데이터센터들을 좀 더 밀집하도록 해서 전기나 각종 제반시설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연관산업 투자 확대

화웨이의 구이저우 데이터센터 단지
중국 정부는 동수서산 프로젝트에 대략 2025년까지 수천억위안의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수서산은 넓은 중국 전역을 연결하는 데이터망을 깔아야 하니까 광케이블과 5G 통신망 투자가 병행될 겁니다. 또 송배전설비, 냉각 설비 수요도 급증할 거고요. 더 나아가서 반도체 칩이나 안테나 업종도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증권정보업체 둥팡차이푸, 이스트머니닷컴은 지난 1월24일부터 동수서산 관련주 40여개 종목을 묶어서 동수서산지수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1000으로 시작했는데 한때 1160까지 갔다가 최근에는 80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요즘 중국증시가 워낙 안 좋은데다가 코로나19 방역 봉쇄 때문에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나오면서 인프라 관련주들이 특히 더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동수서산지수 내에서 눈에 띄는 종목이라면 먼저 시가총액이 가장 큰 쯔광꾸펀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용 반도체 설계 기업이고요요 시총 480억위안, 9조원 좀 넘습니다. 많이 회자됐던 쯔광그룹, 칭화유니그룹 소속입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반도체굴기의 상징이기도 하고, 무리한 M&A와 투자로 파산한 대표 사례이기도 하죠. 소속이 칭화대에서 베이징시의 국유 펀드로 넘어갔고, 쯔광도 모기업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인데, 주가는 별로 안 좋습니다.

데이터에 집착하는 중국

이제는 중국 정부와 데이터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작년 디디추싱 사태가 났을 때, 사건의 핵심 중에 디디추싱이 갖고 있는 운행정보와, 중국 정부의 국가안보 우려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데이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정부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이건 마르크스경제학 전문가가 해주신 말씀인데, 고전 경제학에선 보통 생산의 3요소를 토지 자본 노동이라고 하죠. 요즘에는 정보를 생산의 4요소라고도 합니다. 빅데이터에 돈이 있다는 얘긴데,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죠. 사실상 자본주의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생산수단을 국가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념이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그러니 정보는 국가가 갖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안 그렇죠. 온갖 데이터를 빅테크들이 갖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로선 내버려둘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나 오래 걸릴 지는 모르지만, 기업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는 언젠가는 중국 국유기업들로 다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빅테크들의 수난은 계속될 거고요. 제 마이너스 40% 텐센트도 손절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이번 베이징나우를 준비하면서 다시금 들었습니다. 데이터센터 허브를 국가가 추진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모든 데이터를 통제하겠다, 이런 의도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중국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아내야겠죠. 빠른 시간 내에 중국의 신인프라 관련주들을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