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금융회사 선제적 리스크 관리해야"

우리은행 횡령사건 "내부통제 문제"
금감원 "상시 감시기능 강화할 것"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최근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정 원장은 2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사 대상 연례 업무설명회(FSS SPEAKS 2022) 및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실물경기의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금융시장과 긴밀하게 협력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외국계 금융사들에게도 잠재리스크를 면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FSS SPEAKS는 금감원의 감독‧검사방향을 외국계 금융회사와 공유하고 경영상 애로‧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정 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가 잠재리스크를 면밀히 관리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해 대내외 충격에 적기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금감원이 상시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 원장은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등 신규 진입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금융중개 관련 포괄적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장은 금융 상품의 개발 단계부터 판매, 사후 관리 등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에는 외국계와 내국계 구분이 없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는 JP모건체이스, HSBC, 중국공상, AIA생명, 골드만삭스증권 등 국내 주재 금융회사 대표들이 참석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 속에서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 원장은 한국이 금융허브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금융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면서 감독이나 제재 업무를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감독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원장은 향후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 관련 인프라 조성에 힘쓰겠다면서 한국의 금융중심지 추진 노력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할 것"

정 원장은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원장은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질문에 "금융당국에서 해야 할 일은 금융사들의 내부 통제 제도에 어떠한 허점이 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조사하고 확인해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은행에 수시 검사를 나갔는데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사해서 내부 통제와 관련된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원장은 "회계법인은 감사를 할 때 시재가 확실히 존재하는지 그리고 재고 자산으로 존재하는지를 꼭 봐야 한다"면서 "어떤 연유로 조사가 잘 안 됐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란과 관련해선 "금융의 효율성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상충하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를 잘 판단해 결론을 내도록 해야 한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렸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