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 돌아온 불교문화재 32건 한곳에…'환지본처' 특별전

불교중앙박물관서 6월 12일까지…7건은 전시 종료 후 원위치로
문화재청이 펴낸 '통계로 보는 문화유산'에 따르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난된 문화재는 3만885점이다. 그중 회수된 유물은 6천744점에 불과하다.

다섯 점 중 네 점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가 많은 사찰에서도 유물 도난 혹은 실종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불화는 그림 부분만 떼어낸 뒤 접거나 말면 부피가 작아져 도둑들의 주요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은 1999년 문화재 도난 사례를 모은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했고,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재단·경찰청 등과 협력해 사라진 문화재를 적지 않게 환수했다.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29일 개막한 '환지본처(還至本處), 돌아온 성보문화재 특별 공개전'은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불교 유물 32건을 한데 모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환지본처는 도난된 불교문화재가 제자리로 가는 것을 뜻한다.

조계종이 주최하는 전시는 서울 소재 사립박물관이 몰래 숨겨두고 있던 불교문화재 7건 25점을 돌려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 유물들은 2020년 12월 대법원 판결로 몰수 대상이 됐고, 지난해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마무리돼 각 사찰 소유물로 인정됐다.
전시 1부에는 완주 위봉사, 해남 대흥사, 문경 운암사, 장수 팔성사, 군위 법주사, 여수 용문사 불상과 문경 김룡사 불화 등 곡절 끝에 최근 환수한 불교문화재 7건을 소개한다.

불상 중에서 제작 시기가 이른 작품은 1605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봉사 목조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이다.

두 불상의 도난 시점은 1989년이다.

불교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 불상들과 동일한 양식의 보살입상이 익산 관음사와 혜봉원에도 있어서 원래 4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경 김룡사에서는 1994년 도난범들이 대웅전 문을 부수고 경보 장치를 절단한 뒤 불화를 훔쳐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시에 나온 조선 후기 사천왕도도 이때 없어졌다.

위봉사 불상과 김룡사 사천왕도 등 1부에 진열된 문화재들은 6월 12일 전시가 끝나면 모두 본래 있던 사찰로 돌아간다.
2부에서는 지금까지 환수한 다양한 불교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봉은사 청동 은입사 향완'을 제외하면 대부분 불상과 불화다.

향완은 제사 때 향을 담는 사발을 의미한다.

또 다른 보물로는 '영국사 영산회 후불탱'과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 봉안 금동보살좌상' 등이 공개됐다.

영국사 불화는 1991년 도난됐다가 2002년 고미술상에서 발견돼 환수됐다.

1709년 완성된 불화는 세밀하면서도 세련된 필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량사 불상은 1971년 석탑을 해체·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물로, 1989년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봉안한 장치)와 함께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이외에도 영천 은해사 운부암 지장시왕도, 예천 한천사 지장시왕도, 구례 천은사 영산회상도, 안동 용담사 감로도, 순천 정혜사 보살좌상 등 조선시대 불교 미술사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