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독립국가가 된 교실, 아이들이 만든 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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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법 만드는 아이들일선 교육 현장에서 경제·법·정치 등과 관련한 과목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좋은 대학에 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사고능력부터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영·수 공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옥효진 지음
한국경제신문
194쪽│1만4000원
하지만 ‘금융 문맹’이 양산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런 분위기가 차츰 바뀌고 있다. 지난해 서점가에서 ‘어린이 경제경영서 열풍’이 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중 옥효진 부산 송수초등학교 교사의 경제 동화 《세금 내는 아이들》은 지금까지 17쇄를 찍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이번에 출간된 《법 만드는 아이들》은 옥 교사의 후속작이다. 경제·금융을 주제로 한 전작에 이어 법과 정치 등 민주주의 국가가 돌아가는 원리를 다뤘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한 동화 형식으로 썼고, 익살스러운 삽화를 곁들였다.
책에서 주인공 수정이와 친구들이 속한 6학년 1반 담임선생님은 학급을 하나의 ‘독립 국가’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다. 수업시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간의 생활 규칙을 교칙이 아니라 학생들이 정한 법에 따라 좌우하겠다는 것이다. 수정이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반장)에 취임하고, 자신을 도울 친구들을 장관으로 임명한다. 다른 아이들은 국민 역할을 맡아 학급 화폐로 세금을 납부하고 투표한다.
이후 학급에서는 실제 국가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이들이 낸 세금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일부 아이가 정치에 무관심한 사이 ‘성적순으로 급식을 먹는 법’이 날치기 통과돼 학급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3권분립의 원리와 실제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과정, 정치 참여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박일환 전 대법관은 추천사에 “아이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고 적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