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고 바르는 소비재 연쇄 급등…'진짜 물가폭풍'은 여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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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값 급등…1·2차 가공품으로 옮겨붙어요즘 식품업계는 ‘폭풍전야’다. 글로벌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 작황 부진에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고공행진까지 ‘3중 악재’가 겹쳐 원재료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만큼 당장 추가로 가격을 올리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쟁·이상 기후·환율 '3중고'
밀·옥수수·해바라기유 폭등
우크라·러시아 파종 시기 놓쳐
내년 가격 고공행진 이어질 듯
사료·비료가격 올라 육류도↑
3~6개월 뒤면 원재료 재고 소진
밥상물가 하반기 추가 상승 예고
업체들은 “통상 3~6개월분 원재료 재고를 비축하는 만큼 아직은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한 식품업체 구매담당 임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올해 진정될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으로 평소보다 재고를 적게 쌓아 놓은 업체도 적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의 후폭풍은 올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놀라유 1년 새 두 배 올라
올해 들어 가격 상승 압박이 가장 심한 품목으로는 식용유가 꼽힌다. 카놀라유는 세계 최대 카놀라 생산국인 캐나다가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어 생산량이 13년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다. 치킨집 등에서 주로 쓰는 카놀라유 18L 가격은 지난해 초만 해도 3만원 초반대에 형성됐지만, 현재 6만원을 넘어섰다.해바라기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해바라기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글로벌 수출량의 40% 이상을 담당한다. 러시아는 해바라기유 수출 2위 국가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농부들이 주요 작물의 파종 시기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사료값↑… 육류 가격도 비상
육류 가격도 비상이다. 글로벌 주요 산지의 곡물 작황 부진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육류 가격 상승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와 돼지 등을 기를 때 들어가는 비용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에 달한다. 사료 가격 상승이 육류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사료용 밀 수입단가는 t당 333달러로 조사됐다. 전년 동월(267달러) 대비 24.7% 올랐다. 같은 기간 사료용 옥수수는 247달러에서 324달러로 31.2% 상승했다.환율 불안으로 인한 거래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까지 커진 수입 고기 가격이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국내 A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미국 냉동 LA갈비(1.5㎏ 기준) 가격은 6만6500원으로 1년 전(4만8600원)에 비해 36.8% 올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곡물 가격을 좌우하는 비료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여 육류 가격은 내려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전긍긍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도미노 상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라면과 과자, 즉석밥 등 가공식품은 물론 피자, 치킨, 햄버거 등 외식 메뉴 가격을 대거 인상해 올해 추가로 가격을 올리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한 식품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제품 가격을 높이면 ‘괘씸죄’에 걸릴 수 있고,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해 가격 인상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하반기에는 제품 가격 상승 릴레이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박종관/박동휘/하수정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