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030 직원, 파업 맹비난…"출근도장만 찍고 고임금, 옳은거냐"

현대重·일렉트릭·건설기계 '3사 1노조'…勞勞 갈등 심화

내달 4일까지 전면파업
"임단협 진전 없으면 기간 연장"
조선소 도로 점거해 물류 방해
젊은 직원들 참여는 '극히 저조'

현대건설기계, 新연봉제 제안
노조, 호봉제 안굽히며 거절
사무직 MZ "성과 상관없이
모두 다 같은 월급, 공정한가"
< 2년 연속 전면파업 >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7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노조의 정치파업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 사무직원이 왜 피해를 봐야 하나.” “고과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돈을 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현대중공업그룹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원이 29일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파업을 비판하며 잇따라 올린 글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에서 난항을 이유로 지난 27일부터 사흘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MZ세대 직원 반응은 싸늘하다.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에게 돌아온다는 이유에서다. 40~50대 기성세대로 구성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반면 MZ세대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회사가 공정하게 실적에 따라 몫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노노 갈등’의 또 다른 단면이다.

500명이 점거한 공장 도로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7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내달 4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전면파업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교섭권을 행사하는 3사 단일 노조다. 노사는 지난달 15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해고자 복직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8%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등 3사 조합원 8000여 명 중 파업 현장에 나온 조합원은 5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울산 조선소의 핵심 시설인 1·2도크 사이 도로를 점거해 철강 등 선박자재 물류를 방해하고, 작업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고강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8일간의 파업에도 재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추가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작년 7월에도 울산 본사 크레인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사측도 이날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를 교섭에서 분리해 ‘3사 1노조’ 시스템을 개선하면 당장이라도 교섭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3사 1노조란 현대중공업이 2017년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으로 인적분할됐지만, 노조는 기존처럼 1개 조직을 유지한 것을 뜻한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조합원도 모두 현대중공업 노조에 묶여 있으며, 임단협도 3사 모두의 조합원 투표를 통과해야 마무리된다.

연봉제 도입 요구하는 MZ세대

전체 조합원 8000여 명 중 MZ세대 직원은 2900여 명으로, 36%에 달한다. 하지만 파업 현장에 나온 MZ세대 직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도 MZ세대 직원의 파업 참가율은 극히 저조했다. 조합원 70%가량이 반대표를 던진 임단협 투표 결과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받을 것은 더 받아야 한다’면서도 파업에 따른 손실이 돌아오는 것은 꺼리는 MZ세대의 이중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가 실리 중심의 MZ세대 성향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면 이들의 반발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와 사무직 중심의 MZ세대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면서 MZ세대 직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뉴인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3사는 이달 1일부터 임금체계와 복지를 통일하는 신(新)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연봉제는 48시간 고정연장을 포함하는 임금체계로, 현대건설기계 선임(대리)급 이하 직원은 직급에 따라 최소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연봉이 오른다. 새 연봉제 실시를 위해선 3사 1노조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구조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동의가 필수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면서 현대건설기계는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명가량의 현대건설기계 선임 이하 직원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최대 1000만원의 연봉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특히 “고과에 따라 차등받는 연봉제는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노조 유인물이 젊은 직원을 자극했다. MZ세대 사무직원은 직장인 게시판 등을 통해 연봉제 도입을 요구하며 노조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 MZ세대 직원은 “노조를 구성하는 연령층이 40~50대이기 때문에 젊은 직원 생각과 차이가 있다”며 “정치노조가 앞장서 MZ세대의 미래 임금까지 갉아먹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