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미정상회담 확정되자 본격 견제구…쿼드 정조준(종합)

내달 북핵협상대표·취임식 사절 방한 계기 메시지 전달할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일정이 확정되면서 중국의 견제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내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한국 외교가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중 '균형' 전략에서 급변침할 가능성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의 핵심 키워드인 동시에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점진적 참여를 공약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에 대한 특별한 경계의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들어 지역국가간 상호 신뢰와 협력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쿼드에 대해 "낡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다"면서 "군사적 대결의 색채가 짙고, 시대적 조류에도 역행해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 쿼드 정상회담을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프레임으로 보고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특히 쿼드에 대한 언급은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쿼드 참여를 공약으로 내건 한국 차기 정부를 향한 견제의 의미가 짙게 내포돼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의 논조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참여하지 말고 전략적 자주성을 견지함으로써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라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27일자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의 다즈강 소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의 전략적 제휴'를 강조한 데 대해 "기시다의 발언은 한국을 쿼드에 끌어들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샹하오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초빙 연구원은 27일자 환구시보 기고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억제 및 대북한 압박 드라이브에 엮이게 되면 전략적 자주성을 상실하고 미국이 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전략적 바둑돌로 전락할 것"이라고 썼다.

샹 연구원은 "사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외 전략적 자주성과 독립성을 가져야만 한국은 독자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달 초 이뤄질 중국 정부 인사들의 방한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으로선 정부 요인들의 방한을 자신들 메시지 전달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내달 3일 카운터파트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협의를 위해 방한하는데, 그 계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류 특별대표의 방한 일정에 관해 묻자 "류 특별대표는 최근 관련국들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그는 이미 출국한 지 여러 날이 지났고, 많은 국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특별대표의) 방한 일정에 관해서는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 담당자인 류 특별대표가 윤 당선인의 공약에 포함된 쿼드에 대한 점진적 참여와 사드 추가 배치 등이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측 인사의 행보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무게감 있는 인사를 파견함으로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새 정부 측에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